정부·여당이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는 하한액이 한 달 기준 184만원 수준인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세금과 보험료 등을 빼고 받는 180만원 남짓의 실수령액보다 더 많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많고적음을 논하는 것도 졸렬하거니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최소한의 안전망에서 밀려나온 실업자의 처지를 아예 무시한 발상이다.
당정은 실업급여의 지급요건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근무 기간 요건을 1년으로 늘리는 등의 방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구직활동의 진정성을 들여다보는 건 쓸데없는 행정비용만 늘릴 것이 뻔하고, 근무 기간 요건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잦은 이직이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당정의 이런 발상은 실업자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 것이나, 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가 한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 따위의 발언이 그것이다. 여기엔 약자를 잠재적 범죄자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으로 몰아가면서 중간층을 끌어들여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와 유색인종을 백인노동자와 대립시키며 극단적 갈등을 조장한 것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전략은 약자들 안에서 또다른 갈라치기로 이어진다. 이번 공청회에서 "남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오는데, 여자들이나 젊은 청년들은 계약기간 만료된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는 말이 나온 것이 그 때문이다. 이런 말들은 아무런 실증적 근거도 없는 정치 선동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고용보험 제도를 고치려는 건 결국 이 제도를 운영하는 데서 들어가는 자본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테다. 그렇게 주장한다면 솔직하다는 말이라도 들을 것이다. 해고와 계약 해지로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주홍글씨'를 찍으면서 자신들의 배를 더 불리겠다고 안달복달하는 건 못나고 천한 짓이다. '시럽급여'가 그렇게 달콤하다면 자기들이 받으면 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