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제2차 빈 일자리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빈 일자리’란 현재 구인활동을 진행 중이며 1개월 안에 채용돼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말한다. 한마디로 ‘일’은 있지만 ‘일할 사람’이 없는 곳이다. 정부는 빈 일자리 지원 대상 업종을 지난 3월 발표한 제1차 방안의 제조업, 물류운송, 보건복지, 음식점업, 농업, 해외건설 등 6개에서 건설업, 해운업, 수산업, 자원순환업을 추가해 총 10개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지원 방안의 방점이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 인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게 아니라 싼 값에 일을 시킬 수 있는 외국인력 확충에 찍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요 구인난을 겪는 업종의 인력수급 개선이 수치상으로도 확인되고 있어 1차 대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기업들이 여전히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기존 6개 업종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과제 발굴과 함께 인력부족 해소 요구가 큰 4개 업종을 새로 선정해 맞춤형 지원을 해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중 일부는 사업주와 노동자를 지원하는 방안인데, 빈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빈 일자리 해소방안의 핵심은 신규 4개 업종에 대해 외국인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외국인 비전문인력(E-9)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으로 확대하고, 최근까지 비전문인력(E-9) 6만8천명(62%)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을 완료하는 등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일자리 해소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면서 올해 숙련기능인력(E-7-4) 할당(쿼터) 3만명을 추가로 확대하고, 비자 취득요건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국내취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력부족 업‧직종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단순외국인력(E-9) 신규 허용 업종 검토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가 적극 추진하던 외국인력 도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부터 대통령 지시로 외국인 근로자 확대를 본격 추진 중”이라며 “적어도 쿼터가 부족해서 외국인이 못 들어온다는 얘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작 이주노동자들은 노예 못지않은 극심한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직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올해 9월부터 신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일정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해 이주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진단이 틀리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가 없다. 빈 일자리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인 탓이다. 이들 업종의 주된 특징은 원청이 해야 할 일을 하청, 재하청으로 떠넘긴 탓에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양산됐고, 고숙련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며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떨어지고 깔리고 끼여서 다치고 사망하는 산재사고도 이들 업종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데, 제대로 보호를 받거나 보장도 받지 못하다보니 노동자들이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청년들이 새롭게 유입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던 만큼, 그에 맞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