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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경제 글로벌 톱 10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하락했다. 2021년까지 2년 연속 세계 10위였던 것에 비해 순위가 3단계 밀리면서 ‘세계 경제 글로벌 톱 10’에서 탈락했다는 이야기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 6,733억 달러로 전년보다 7.9% 줄어들었다. 반면 2021년 11∼13위였던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은 지난해 GDP가 늘어나면서 한국보다 앞자리를 차지했다.

한국 경제가 3년 만에 글로벌 톱 10에서 밀려나면서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늘어난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근본을 직시하지 못하는 전혀 엉뚱한 해법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경제 글로벌 톱 10이라는 허울뿐인 순위가 아니다. GDP 규모로만 측정하는 글로벌 톱 10 끝자락에 이름을 걸친다고 민중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GDP는 민중의 실질적인 삶을 측정하는 데 별로 효과가 없는 지표이기도 하다. 2008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도로 출범한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 즉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장-폴 피투시 3인이 주축이 된 위원회에서는 『우리 삶을 잘못 측정하고 있는 것 : 왜 GDP는 앞뒤가 맞지 않는가?』라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의 국내 번역본 제목은 『GDP는 틀렸다』였다.

GDP는 나라에서 새로 생긴 소득을 모조리 포함하기 때문에 4대강 같은 것을 파헤쳐도 그 숫자가 오른다. 심지어 그 4대강을 복구할 때 드는 공사비용도 GDP로 잡힌다.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써도 GDP가 높아진다. 그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산업도 GDP에 잡힌다.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가 GDP에 집착하는 태도를 위험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세계 경제 글로벌 톱 10이라는 숫자는 허울만 좋은 망상일 뿐이다. 민중이 행복하지 않은 글로벌 톱 10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지금은 “글로벌 톱 10 탈락 충격” 운운하며 규제 완화나 부르짖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민중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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