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이상민 탄핵 인용은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의 첫걸음

재난주무부처 행정안전부가 제대로 일했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들을 위하여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과 재난안전법을 준수했고 헌법 질서를 역행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이나 직무수행을 의도적으로 방임한 사실이 없다.”

지난 6월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에서 이상민 장관 법률대리인이 한 말이다. 이 장관 측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있을지라도 중대한 법적 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한 것 같다. 즉, 이 장관은 자신이 탄핵당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산업화와 기술화, 생태계 파괴 등으로 위험이 높아지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예전과 달라야 한다. 한국에선 지난 2004년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엔 구조의 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 못한 국가의 부재, 콘트롤타워의 부재를 뼈저리게 평가하며 해당 법을 개정했다. 재난안전법에 ‘총괄·조정업무’를 관장할 정부 부처(당시 국민안전처)를 명시한 것이다. 이후 2017년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재난안전법 6조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조정 업무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재난안전법 제6조(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ㆍ조정)

행정안전부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ㆍ조정한다. <개정 2017. 7. 26.> [본조신설 2014. 12. 30.]

재난발생 시 총괄·조정업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을 구할 수 있게 국가자원을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끌어다 쓰도록 하는 것, 참사와 정부 조직 전체를 조망하면서 이끌고 조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처나 부서별로 닫힌 공무원 조직과 안전 및 구조인력을 재난 상황에 따라 칸막이를 없애고 동원해 효과적 대응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같은 유형의 재난은 행안부가 주무부처가 된다.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명시된 ‘재난관리주관기관’이란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에 대하여 그 유형별로 예방·대비·대응 및 복구 등 업무를 주관하여 수행하도록 정해진 관계 중앙행정기관이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다. 2023.02.06. ⓒ뉴시스

10월 29일, 행안부 장관은 무엇을 했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 당일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어떤 일을 했는지 복기해보자.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됐음에도, 특별한 인파관리 대책은 없었다. 경찰은 오후 6시34분 압사 위험을 알리는 최초의 112 신고를 놓쳤다. 그후로도 10건의 112 신고가 있었으나 아무런 조치도 되지 않았다. 참사 발생 후엔 구조 활동이나 인력 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태원 거리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것은 오후 10시 15분, 그때부터 30여 분 지난 오후 10시 48분 경 행안부에 참사 발생이 보고됐다. 하지만 그때도 행안부는 재난대응체계를 꾸리지 않았다. 참사 발생 후 4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2시 30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국무총리 주재로 가동됐다. 당시 행안부는 주무부처로서 재난 발생 시 초동 조치·지휘를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꾸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어떤 재난이든 콘트롤 타워인 중대본을 설치하는 것 역시 행안부의 책임이지만 그 또한 이행하지 않았다.  

‘대응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대응 및 복구가 제대로 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참사 초기 ‘재난안전통신망’이 활용되지 않아 기관 간 소통에 혼선이 발생했다. 소방청이 경찰청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경찰청 상황실이 이를 인지한 것은 1시간이 지나서였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 경찰·소방·의료·지자체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도록 구축한 시스템이다.

“그 당시 상황에서 가장 긴급한 것은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중대본이 구성됐다고 한다면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중대본에 참여하는, 오히려 긴급구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이상민 행안부 장관, 2022년 12월 27일,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사건 후 이뤄진 국회 국조특위에서 이상민 장관은 중대본 구성의 의미를 이해조차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절차대로라면 행안부 장관은 중대본을 꾸리고 ‘소방청’이 구조업무를 잘 하는지 확인하고 독려했어야 하며, 구조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경찰청’에 지시해 도로확보 및 교통통제를 했어야 했다. 또 위급 환자가 병원으로 신속히 후송돼 치료받을 수 있게 ‘보건복지부’에 지시했어야 했다. 이에 더해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소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자체에 지원 요청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4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재난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 결과 인근 소방서에서 출동한 구급차는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으로 가는 골목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에 막혀 갈 수가 없었다. 또 다친 사람을 실은 구급차가 지나갈 차로가 확보되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간도 지체됐다. 구조대는 환자들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야 했다. 시민들이 인공호흡을 해 겨우 회생시킨 부상자들이 거리에 방치됐다. 게다가 시신을 안치하는 병원이 지정되지도 않아, 가족들이 피해자들의 생사를 확인하려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야 했다. 

이 모두가 재난안전대응체계가 작동되지 않은 순간 일어난 일이다. 총괄·조정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구조차량과 구조인력은 참사 장소에 신속히 갈 수 있었을 것이며, 환자를 태운 구급차는 재빨리 병원에 가 제때에 치료를 받게 했을 것이다. 참사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속타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07. ⓒ뉴시스

헌재 판단, 진실과 정의의 방향에서 내려져야 

이번 탄핵 심판에서 다퉈야 할 이상민 장관의 법 위반 사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난안전법에 따른 사전 재난 예방 및 사후 재난대응 조치 의무 미이행, 다른 하나는 국가공무원법 상 성실·품위유지 의무 등 위반이다. 전자는 앞에 서술했듯 재난안전법의 제정 취지와 그 개정 과정을 보면, 장관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참사 직후 이상민 장관이 한 발언을 통해 위반 사실이 확인 된다.  

그는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오전 진행된 정부의 첫 공식 브리핑에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한다면서도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국가의 안전 예방 의무를 회피하는 듯한 말이다. 예외적인 예상 불가의 일이었으므로, 대비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 때부터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민 장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왜 경질하지 않는지 묻고 숱하게 항의했지만 대통령은 그를 감쌌다. 그는 아직까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은 실언(失言), 즉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그가 행안부장관으로서 해야 할 예방 의무에 대해 무지하고, 이를 방기해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10만명이 넘는 인파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아무런 안전대책을 하지 않는 태도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안전의무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의무 이행을 위해 성실히 일했다면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년의 여러 대규모 축제에서 참사가 없었던 것은, 행정당국과 지자체의 인파 및 교통 통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엔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도 이상민 장관은 그는 행안부 장관의 재난안전총괄업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음을 드러내는 발언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자기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기막히기 짝이 없다. 이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행안부 장관의 성실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권한과 의무는 비례해야 한다. 권한만 갖고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것은 고위공무원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다. 권한이 많은 만큼, 권한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에 대해 분명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재난참사피해자단체 참석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탄핵 촉구 재난참사피해자단체 기자회견에서 이상민 장관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13 ⓒ민중의소리

사실 헌법재판소가 내릴 이상민 장관 탄핵 결정은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의 첫걸음일 뿐이다. 그렇지만 수도 한복판에서 159명이 귀한 목숨을 잃었는데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는 행정부 수반이 있는 국가에선 중요한 일이다. 행정부가 무시한 헌법상의 국가 의무를 일깨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재난구조 의무를 분명히 하는 헌재 판결조차 없다면, 우리에게 국가는 진짜로 사라진 것일 수 있다. 

향후 이태원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이상민 장관이 다시 행안부 장관직에 복귀해서는 안 된다. 그가 행안부에 그대로 있는 한,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일에도 협조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료 협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주요한 사항에 대해선 모르쇠로 응수하기 바쁠 것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따로 가기 어렵다.

지금도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국적과 나이, 성별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기억한다. 지인과 가족만이 아니다. 희생자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골목에 발걸음 해, 잠시 멈춰 눈을 감고 애도한다. 종교가 있든 없든, 기도를 할 줄 알든 모르든, 희생자들을 기억하려고 마음을 모으고 추모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기억하고 비극의 아픔을 되새기는 동안, 국가가 기억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국가 기록으로 ‘재난안전 주무장관인 이상민 장관이 파면됐다’는 것을 남기는 일이다. 참사 희생자와 피해생존자와 유가족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제대로 책임졌다는 기록을 남길 때, 우리는 희생자들의 얼굴을 따뜻하게 기억하고 피해생존자와 유족들을 덜 가슴 아프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참사에서 우연히 살아남아 희생자들에게 미안해하고 스스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 참사 사회에서 벗어나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디 진실과 정의의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는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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