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여! 동지여! 김태완 동지여! 영원한 택배노동자 김태완 동지여!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예방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셨던 김태완 동지여! 그러다가 끝내 자신이 과로사하신 김태완 동지여!
이 무슨 변고입니까?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너무 억울합니다.
김태완 동지는 지난 7월 10일 새벽 5시 30분까지 SNS 등을 통해 소통한 흔적이 있었지만, 그날 새벽 6시 10분경 자택의 책상에 펼쳐진 노트북에 머리를 대고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하여, 119연락과 응급소생술을 시행하고 상계백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였으나 뇌출혈로 계속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계셨습니다. 동지의 강렬한 내재적 의지로 기적 같이 소생할지 모른다는 간절한 기대와 달리 끝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김태완 동지는 최근 쿠팡의 집단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는 투쟁을 담당하는 책임 임원으로 일하면서 노심초사해 왔는데, 아마도 쿠팡 문제 해결을 위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도 김태완 동지의 운명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김태완 동지가 “대표님!”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김태완 동지를 만나게 된 것은, 2016년 동지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 전국모임’을 만들고 활동하면서, 택배사 측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탄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였지요. 너무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택배노동자들이 단결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한손이라도 돕기 위해 사회적 지원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처음 함께 하기 시작했지요. 당시 택배노동자들은 실로 열악하고 억울한 노동조건으로 일하고 있었지요. 택배자본이 무한착취와 최대이윤의 목표 하에 교묘하게 짜놓은 2중·3중의 덫, 즉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방식으로 근무계약 체계를 만든 상태에서, 정작 실질적인 고용주인 원청 택배사들이 이윤은 거의 전적으로 챙기지만, 실제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땀 흘려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은 거의 무권리 상태에서 혹사당하고 있었지요.
처음에는 100여명 정도의 택배노동자로 모임을 시작했지만, 김태완 동지의 헌신과 지도력에 힘입어서 이내 조직이 확대되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드디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결성되었지요. 그리고 끈질긴 노력 끝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도 교부받았습니다. 투쟁과 조직확대의 상승작용을 통해 오늘날의 택배노조가 우뚝 설 수 있게 된 것은 상당부분 김태완 동지의 헌신과 지도력, 또 포용력과 심덕, 그리고 동료 조합원들의 전적인 합심 덕분에 비로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2020년 들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택배물량 폭증 상황에서 그 부담이 택배노동자들에게 집중된 결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하였지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연대전선을 구축하는데 시민사회와 함께 나선 결과 2020년 여름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김태완 동지는 서비스노조 위원장, 저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던 것이지요. 그해 여름 ‘택배 없는 날’을 위한 사회적 캠페인이 진행된 결과 사상 최초로 택배 없는 날이 실현될 수 있었는데, 당시 김태완 동지의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그해 추석명절 직후에 택배 과로사 사례가 폭발적으로 속출하였고, 김태완 동지는 택배 과로사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여론을 극대화시키면서, 택배 과로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게 되었지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월 21일 드디어 ‘택배기사 과로사대책 사회적 합의 기구’의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이 성사되었지요. 그 내용은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 범위는 택배의 ‘집화, 배송’이고, △분류작업은 택배회사의 책임으로 명확히 정리되었으며, 또한 △최대 작업시간은 주60시간, 1일 12시간을 목표로 정하였고, △특별히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밤9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였으며, △표준계약서를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하고, △택배비, 택배요금 등 거래구조 개선 등에 대해서도 추가 협의를 통해 상반기 내에 합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되었지요.
김태완 동지가 앞장서서 실현시킨 이 1차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택배노조가 상경 파업투쟁까지 감행하면서 투쟁을 전개한 결과, 2021년 6월 22일의 2차 사회적 합의까지 이끌어 내면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제도적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예방을 위한 1차, 2차 사회적 합의는 다중의 관계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의미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되었지요. 특히 노동과정이 다중·중첩화되어 있거나 또는 결정권을 가진 실질 사용자가 은폐되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관계 해결에 유용한 수단이나 절차를 만드는데, 실천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지요.
그러나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척박한 여건 하에서 전국택배노조를 건설한 주역이었고, 초대 위원장을 맡아 택배노조의 조직을 굳건하게 하는데 온 힘을 쏟았던 김태완 동지가 이렇게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다니, 인생무상이라지만, 너무 억울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겨우 택배노조가 1단계 조직확대와 조직강화를 거쳤고, 다시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때이고, 김태완 수석이 그 과제 완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너무 애석합니다.
영원한 택배노동자 김태완 동지여!
이 땅에서의 고단하셨던 온갖 헌신 모두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과로사가 없는 새 세상, 진짜 사장인 원청 택배사들과 택배노조가 직접 단체교섭하여 모든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국에서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산업별 단체협약이 쟁취되는 새 세상, 그리하여 택배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 그리고 존엄한 노동이 실현되는 새 세상에서, 부디 편안히 지내시길 기원드립니다. 남은 우리들이 동지의 간절한 염원을 기필코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