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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결국은 ‘부자감세’ 하자는 것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증여세 공제는 가족이나 친족 간 재산 증여 시 일정 한도액에 한하여 과세하지 않는 제도로, 현행법상 자녀나 손주에게는 10년에 걸쳐 1인당 5,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와 같은 한도액을 결혼자금에 한하여 1억 5,000만원 정도까지 확대하고,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비혼·저출생 문제를 타계해 보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정작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증여세 공제’가 저출생 해결이라는 목적에 과연 부합한 것인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에는 경제적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혼자금이 확보된다고 해서 앞으로의 경력단절 문제나 사교육비 문제, 계속되는 고용불안 등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출생 대책은 앞서 나열한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을 때 비로소 정책적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이 명목만 ‘저출생’이고, 사실상 ‘부자감세’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적용 유예 등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세제정책의 기조를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실제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1억원 이상을 증여하는 가구는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로, 대략 상위 10%에 해당한다. 정작 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는 건 부모한테 손 벌리기 어려운 청년들인데, 이들은 정책(혜택)의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증여세 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이 오히려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해 자산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대책을 포함해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한 저출생 대책이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근본적 해법은 제쳐두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나 증여세 공제와 같이 비본질적이거나 일면적인 대책만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고용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보장으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어려움은 적극적인 육아정책과 주거비, 교육비 지원 등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정책은 아니라도 최소한 문제의 원인에 근접해보려는 시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무지와 무능, 탁상공론으로 일관하는 정부,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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