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일렬로 줄세워 급류에 보내다니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원이 14시간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숨진 대원은 이제 스무살, 입대한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임무에 나선 해병1사단 병사들은 구명조끼, 로프, 구명보트, 드론, 구조견, 안전모, 구명환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없이 임무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수색처럼 대원들을 일렬로 손을 잡게 한 다음 인간띠를 만들어 물 속에 들어가 강바닥을 훑으며 걷게 했다는 것이다.

해병1사단 측은 “유속이 낮은 상태에서 지반이 갑자기 붕괴할 줄 몰랐다” 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주변의 주민들은 “내성천은 모래바닥이라 바닥이 계곡처럼 깊은 곳이 있어 위험해보였다”고 전했다. 함께 임무에 투입된 장병들은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유속이 빨랐다”고 증언하고 있다. 간부들은 수색지역의 특성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이런 상황인식과 판단능력으로 부하군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전날 “해병대 병사 실종은 무리한 임무 투입으로 발생한 인재”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성천은 전날 장갑차도 5분 만에 철수한 곳이다. 허리까지 찬 강 한복판까지 장화 하나 신겨 도보수색에 나서게 한 것은 누가 봐도 황당무계한 일이다. 군인은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고 직무 수행에 따르는 위험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아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위험임무에 뛰어들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문 중인 지난 15일 “군과 경찰 등 정부의 가용한 인적 물적자원을 총동원하고 인명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고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출동준비태세”를 명령했다. 국민안전을 위해 군과 경찰이 투입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군의 수해현장 투입은 옆에서 지켜보던 주민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무모함의 연속이었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게 군인’이라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람을 막 부리라는 것은 아니다. 대원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군간부들의 실적이 더 중요했던 것은 아닌지도 의심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생명중시, 안전강화에 대한 기준이 더 높아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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