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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세 가지 방안과 A 국장

양평 2030은 강상면 종점 계획…국토부, 종점 바꿨다가 다시 대통령 처가 땅 인근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세 가지 방안을 살펴봤다. 2018년, 2022년 5월과 7월, 각기 다른 시기, 다른 주체가 작성한 세 방안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과 만난다.

고속도로 종점을 원안이 아닌 강상면에 두겠다는 계획은 5년 전, 양평군에서 나왔다. 그즈음, 윤 대통령 처가 일가는 종점 예상지 인근 땅을 사들였다. 국토교통부는 이후 양평군 계획과 다른 노선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노선은 다시 양평군 계획 대로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양평군 A 국장은 석연치 않은 역할을 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종점을 바꿨을까. 취재팀이 확인한 정황을 종합했다.

2030 양평군기본계획


2018년, 양평군은 ’2030 양평군기본계획’을 발표한다. 군기본계획은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수립하는 양평군의 중·장기 발전전략이다. 대략 10년 주기로 발표된다. 직전 계획 ‘2020 양평’은 지난 2006년 발표됐다.

내용이 방대하다. 보고서는 400페이지를 넘어선다. 양평군 내 아파트 지을 땅은 어디이고 상가는 어디에 둬야 할지(토지 이용), 철도 위치와 연계 도로는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교통·물류)부터 산업시설 입주 현황(경제·산업), 소방서·경찰서 관할 범위(방재·안전), 놀이터와 공원은 몇개고 문화재는 어디에 있는지(문화·관광)까지 군 행정 모든 분야의 중장기 전략을 담는다.

보고서는 양평군을 4개 지역생활권으로 분류했다. 가장 중요한 곳은 중심지역생활권이다. 양평군청과 양평역, 교육지원청, 수원지방법원 양평등기소 등이 밀집해 있다. 양평군 인구 10만8천명(2015년 기준)의 절반인 5만여명이 거주한다.

2030 양평군기본계획 상 생활권 분류 ⓒ출처 : 양평군

중심지역생활권을 시점으로 도시가 확장된다. 확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고속도로 종점 변경 예정지 강상면이다. 보고서는 ‘중심지역생활권은 강상면 도시지역을 확장하고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해 도시 중심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중심지역 확장 계획은 보고서 188페이지 ‘양평군 교통계획도’에 그대로 반영된다. 계획도 좌측 하단 광역 교통망 5번 도로는 강상면에서 출발해 경기도 광주로 향한다. 5번 도로 명칭이 바로 문제의 ‘서울-양평 고속도로’다. 더욱 분명한 이미지도 있다. 185페이지에는 서울 양평고속도로를 강상면에 위치한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 나들목(IC)에 붙이고 접근로를 확장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 적시됐다.

2030 양평군기본계획 도로 노선 계획도. ⓒ출처 : 양평군

양평군 입장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예타안 상 양서면이 아니라, 강상면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양평군에 유리한 고속도로 종점이 윤 대통령 처가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상면에 있는 윤 대통령 처가 땅 위치와 매입 시기가 절묘하다. 대통령 처가 땅은 양평 2030 도로계획 상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에 위치한 남양평IC에서 걸어서 8분, 차로 1분 거리(580m)에 있다. 규모는 3천3백여평, 15층짜리 아파트 4~5동, 200여세대로 개발 가능한 넓이다. 윤 대통령 처가 회사가 이 땅을 매입한 시점은 2030 양평 계획이 한창 수립되고 공표된 2017년부터 2019년까지였다.

통과된 예타안


양평 2030 계획 발표 3년 뒤인 2021년 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다. 통과된 노선은 양평 2030 계획과 달랐다. 양평 중심지로 향하던 종점은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양평군이 자체 전략상 고속도로 종점을 강상면에 뒀다면, 정부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국도 6호선의 고질적 교통정체 해소가 가장 큰 과제였다. 국도 6호선은 서울과 양평군 최대 관광지 두물머리-용문산을 잇는다. 양평을 지나 횡성, 평창 등 강원도로 향하는 주요 국도 중 하나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주말마다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하남-송파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도 줄일 수 있어야 했다.

6번국도에서 가깝고,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이용이 편리한 지점, 양평군 양서면이 종점으로 결정됐다. 양평 2030 계획보다 북쪽으로 5.5km, 서쪽으로 4.5km가량 이동했다. 국도 6호선과 고속도로 종점 사이 거리는 1km 이상,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거리는 7km 가량 가까워졌다.

고속도로 종점은 그렇게 결정 나는 듯 보였다.

윤 대통령 당선, 그리고 바뀌는 종점


예타안 통과 10개월여 뒤인 2022년 3월 9일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7일 뒤인 3월 15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본 타당성조사 용역사가 선정됐다. 용역사는 같은 달 29일부터 타당성 평가를 시작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다시 양평군에 유리한 방향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시점이다. 타당성 평가 시작 40여일 뒤, 용역사는 착수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이때 예타안 종점 대안으로 강상면 안이 적시됐다.

2022년 5월 타당성 평가 용역사가 발표한 착수보고 종점 변경안 ⓒ제공 : 국토교통부

변경된 종점은 양평 2030 계획상 노선과 유사하다. 종점이 변경되면서 예타안과 대안의 선형은 대폭 바뀌었다. 구간의 55%, 양평군 노선 15km 선형은 100% 가까이 변경됐다.

용역사가 대안 노선을 선정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서울 양평 고속도로 사업 본연의 목적인 6번 국도·서울·춘천고속도로 정체 해소 관점에서 예타안과 대안을 비교하는 설명이 없다. 대신, 대안이 상수원 특별보호구역 통과를 최소화시킨다거나 철새도래지 통과 거리가 단축시킨다는 환경영향 측면에서 장점만 부각된다. 예타상 종점은 기술적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타안에선 고려되지 않았던 추가 나들목(IC)설치가 검토된다. 변형된 선형에 접하는 지방도 333호선에 IC를 추가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이 설정됐다.

양평군 입장에선 고속도로 종점이 장기 발전 전략에 맞게 수정되는 동시에 기대하지 않았던 IC까지 얻게 된 셈이다.

다시 변경되는 종점, 그리고 양평군


양평군이 제안한 3가지 노선안 ⓒ제작 : 신지현 그래픽디자이너


용역사가 대안을 제시하고 2달여 뒤인 지난해 7월 26일, 양평군은 국토교통부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의견서를 제출한다. 의견서엔 총 세가지 변경안이 있었다. 예타안 종점은 그대로 두고 도로 선형을 약간 변경하는 안,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해 도로 선형을 대폭 변경하는 안, 두 안의 가운데를 지나면서 국도와 양평IC를 연결하는 안 등 세 가지 방안이다.

세 안 중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자는 2번 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평군의 2안은 남양평IC로 고속도로를 연결하겠다는 양평 2030 계획안과 다르다. 용역사가 작성한 착수보고서 상 남양평IC 아래쪽으로 종점을 연결하겠다던 계획과도 다르다. 양평군은 남양평IC 위쪽으로 종점을 변경하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고속도로 최종 변경안에 가장 가깝다.

그리고, 최종 종점 변경 지점 바로 앞에 윤 대통령 처가의 또다른 땅이 붙어 있다. 정부와 여당이 ‘선산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고 주장했던 바로 그 땅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강상면으로 두는 세 방안. ⓒ제작 : 신지현 그래픽디자이너

양평군 2안 결재한 A국장

양평군 2안은 누가 작성한 것일까. 여기에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양평군 A 국장이 있다.A 국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요청이 담긴 양평군 의견서 전결자이면서 윤 대통령 처가 회사 아파트 개발 기간을 불법 연장해 준 장본인다.

지난 7월, 양평군이 국토교통부에 보낸 의견서 공문 하단엔 작성에 관여한 공무원 이름이 적혔다. 담당 부서인 건설과 과장, 의견을 작성한 도로시설팀 팀장과 함께 A 도시건설국장 이름이 등장한다. 국장 이름 위에는 ‘전결 2022.7.26’이라고 적혔다. A 국장이 양평군수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회신 변경안을 결재했다는 뜻이다.

양평군이 지난해 7월 28일 국토부에 보낸 공문. 하단에 A 국장 전결 표시가 보인다. ⓒ출처 : 양평군


A 국장은 대통령 처가 회사 양평군 아파트 개발 허가 연장 인허가와 관련 있는 인물이다. A국장은 과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대통령 처가 회사 아파트 개발 기간을 불법 연장해 준 양평군 실무자였다.

대통령 처가 회사는 지난 2012년, 양평군으로부터 아파트 개발 허가를 받았다. 허가 기간은 2년, 2014년에 종료였다. 처가 회사는 기간 내 사업을 마치지 못했다. 규정상 연장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연장 신청도 하지 않았다. 공사가 마무리 된 때는 허가 기간 종료 후 2년이 지난 2016년에서였다. 허가 기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회사는 그제서야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접수한 사람이 당시 A 도시과장이었다. 규정대로라면 허가를 취소하고 신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신규 허가에는 최소 두 달 이상이 소요될 참이었다. A 과장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처가 회사에 신규 허가를 명령하는 대신, 기존 허가를 소급 연장 할 수 있도록 공문서를 위조했다. A 과장은 이 사건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고 공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최근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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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장은 ‘김선교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2년 5급(도시과장 직무대리)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김선교 전 군수가 발탁했다. 통상적인 연공서열을 깬 파격적 인사라는 게 지역 관가의 공통적 평가다. 김 전 군수가 발탁한 A 국장이 도시과장 시절, 윤 대통령 처가 아파트 개발 사업에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공문서 조작을 주도한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김 전 군수는 윤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기지역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나만 보면 미안해한다.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라고 말한 바 있다.

A 국장은 양평군 군수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뀐 지난해 7월, 국장(4급)으로 승진했다. 당시 인사는 A 국장 단 한명 뿐이었다. 국장 승진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니온다. 양평군 인사는 통상 과장-담당관-국장으로 이어진다. 국장 승진 대상자인 고참 과장은 담당관으로 보직을 맡아 군정 경험을 쌓은 뒤 국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A 국장은 담당관을 거치지 않았고 선임 과장들을 제치고 국장으로 직행했다.

A 국장 승진 배경은 “출중한 업무 능력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A 국장이 평소 청렴하고 일을 잘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용됐다는 설명이다. 야당 출신 전 군수는 “A 국장이 대통령 처가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내가 보증한다”고 했다. 

승진시점이 미묘하다. 국토교통부는 A 국장 승진 11일 뒤인 2022년 7월 18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A 국장은 공문 수령 8일 만에 윤 대통령 처가 땅 인근으로 종점을 변경하자는 안을 포함한 의견서를 만들어 전결하고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교통부와 양평군 의견 타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협의가 확인됐다. 국토부 노선검토 요청 공문이 양평군에 전달되기 전, 타당성 평가 용역사와 한국도로공사는 양평군과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는 지난해 6월 30일과 7월 중순, 두 차례 진행됐다.

지난해 6월 첫 번째 협의 대상자가 A 국장이었다. 당시 A 국장은 승진하기 전으로, 도시과장을 맡고 있었다. 양평군청에 따르면 도시과는 고속도로 업무와 관계 없다. 담당부서는 건설과 내 도로건설팀이다. 용역사는 업무와 관계 없는 당시 A 도시과장과 협의를 진행한 셈이 됐다. 결국, 용역사와 공사는 7월 중순 양평군을 다시 찾아와 2차 협의를 했고 2차 협의 대상자는 A 국장이 아닌 고속도로 담당 건설과장과 도로팀장이었다.

용역사가 무슨 이유로 고속도로 업무와 관련 없는 A 국장을 만났는지, 만남 과정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양평군 관계자는 “용역사가 담당부서를 착각해 도시과를 찾아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용역사 관계자는 “사전에 미리 연락했고 담당부서인 도시과를 찾아가 만났다”는 입장이다. 2차 만남에서는 용역사가 기존 예타안 종점과 노선에 대해 설명했다고 당시 양평군측 참석자가 설명했다. 

양평군은 현재까지 A 국장에게 징계나 인사조치를 하지 않았다. 공문서 허위 작성·행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A 국장은 ‘변경안이 양평군에 유리하다’는 취지의 설명회를 최근까지 진행했다.

민중의소리는 ‘양평군 의견서 2안 종점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용역사 1차 협의 과정에서 무슨 의견을 제시했는지’ 등을 직접 접촉, 통화 시도, 공문 전달 등의 방법으로 질의 했지만 A 국장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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