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들의 먹거리가 제일 걱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가 본격화되면 다음 수순은 일본산 식재료의 전면 수입 재개가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8개 현에 내려진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해제하지 않더라도 일본이 국제 소송을 하면 우리가 손쉽게 패소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염수 해양투기를 환영하는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일본 앞바다 오염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일본 앞바다 오염을 근거로 국제소송에서 승소했었다.
윤석열 정권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동원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정부의 홍보영상은 일본의 거짓 주장을 그대로 답습해서 세슘, 스트론튬 등 입자성 물질은 기준치 이하로 걸러내고,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희석해서 내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일본의 거짓 주장을 그대로 답습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한국 정부 영상 ⓒ자료사진
또 바나나로 ‘오염수 안전하다’ 홍보하는 한국 정부
이 대목에서 정부는 핵산업계의 보검인 ‘바나나’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일본이 희석해서 방류하는 삼중수소의 농도가 1리터당 1,500베크렐(Bq)인 반면, 우리가 먹는 바나나 한 개에 방사능이 6,000베크렐, 커피 한 잔에 4,900베크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즉,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나나와 커피보다 안전하다는 핵산업계의 궤변을 대한민국 정부 이름으로 송출하고 있다.
바나나와 커피에 들어있는 방사성 물질은 ‘칼륨40(K-40)’이다. 칼륨40은 칼륨(K)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칼륨은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필수 영양소로, 우리 몸은 성인 기준(70kg) 약 140g의 칼륨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체내 염분이 일정 농도에서 유지되는 것과 같다. 채소를 많이 섭취해서 기준 농도를 초과하면 땀이나 소변으로 칼륨을 배출해 농도를 맞춘다. 우리가 섭취하는 칼륨 중 0.00117%가 칼륨40으로 존재한다. 칼륨40에 의한 방사능 농도는 성인 기준(70kg) 약 4,620베크렐이다. 즉, 우리 몸은 칼륨40에 의해 약 4,620베크렐의 방사선에 늘 피폭되고 있고, 커피, 바나나 등 칼륨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해도 기준 농도를 초과하는 칼륨40은 곧바로 배출된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칼륨40과 전혀 다르다. 삼중수소(3H)는 물 분자(H2O)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오염수를 섭취하면 할수록 몸속의 삼중수소량은 늘어나고, 방사능 피폭량도 증가한다. 우리 몸은 70%가 물이기 때문에 몸속 삼중수소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칼륨40에 의해 피폭되고 있기 때문에 삼중수소 등 인공 방사성 물질에 추가적으로 피폭되는 것은 위험하다.
바나나와 커피의 사례에서 보듯 인체의 안전에 관한 핵산업계의 과학은 늘 빈 깡통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앨리슨 핵물리학 교수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 와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발언했다. 이를 추종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족관 물을 마시는 꼴불견을 연출했다. 머지않아 후쿠시마까지 가서 오염수를 마시는 헛똑똑이 ‘핵인사’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발 부탁드린다. 그 물 마시지 마시라!
2018~2022년 5년간 일본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 비율 ⓒ일본 후생노동 자료.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정리
일본산 식재료에서 학교급식을 지키자
올해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농수산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를 분석해서 발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 농수산축산물의 방사능 검출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높아지고 있다. 수입 금지된 8개 현의 농산물에서 세슘 검출율은 22%에 달했다. 수산물에서 세슘 검출율은 5.83%로 다른 지역 평균보다 약 7배 높았다. 기타가공식품에서 세슘 검출율은 14.7%에 달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식재료 검사에 투입하는 측정 장비 중에는 킬로그램당 25베크렐 이하의 방사능은 측정하지 못하는 장비도 있다. 일본의 방사능 측정 실태가 이러하니 일본에서 유통되는 식재료의 방사능 오염은 상상 초월로 봐야한다.
이러한 일본산 식재료가 장차 물밀듯 수입되어 아이들의 급식에도 오를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처럼 방사능 ‘기준치’를 성화처럼 높이 들고, 바나나와 커피를 들먹이면서 학교급식에도 일본산 식재료를 쓰게 할 것이다.
그래서 제2의 친환경 학교급식 운동이 필요하다. 일본산 식재료가 아이들의 밥상에 오르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각 지역의 학교급식조례를 강화하고, 각 지역의 학교급식센터에 방사능 분석 장비와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방사능 기준치는 세슘의 경우 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과 동일한 기준이다. 즉, 100베크렐 이하의 식품은 버젓이 유통이 가능하다. 최소한 ‘한살림’에서 적용하고 있는 킬로그램당 4베크렐을 학교급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아이들만이라도 방사능 오염 식품에서 지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