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내놓은 말은 "거기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20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도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둘러댔다.
김 지사는 참사 당일인 15일 오전 지하차도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도 오송 현장이 아닌 괴산으로 출발했다. 괴산댐 월류 사태가 더 중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괴산댐 월류가 멈춘 시점이었다. 김 지사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 나타난 것은 오후 1시가 넘어서다. 김 지사는 "한두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김 지사의 말을 듣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상황을 장악하고 지휘해야 할 방재 책임자가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니 그러면 하늘을 탓하라는 건가. 더구나 그 자리는 합동분향소였다. 유가족의 마음에 아무런 공감 없이 그저 자신의 책임을 피하는데 급한 모습이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도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급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고위 공무원들의 어이없는 행태는 김 지사가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는 리투아니아 명품 매장을 방문해 구설을 불렀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배치로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을 유임시켰다.
정부는 오송 참사와 관련해 대대적인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경험을 보면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윗선은 다 빠져나가고 현장의 실무책임자만 처벌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번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중대시민재해'라고 봐야 한다. 권한이 있는 이들이 책임을 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