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한철의 교육단상] 늪에 빠진 교육,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에게 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혹시 다음과 같은 교육의 현실을 알고 있나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늙은 나라가 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국의 인구학자는 우리나라가 국가 소멸 1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킬러문항을 이야기했고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했지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도 들었을 것이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폭행당해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겠지요. 2028년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을 지금쯤 발표해야 하는지도 당연 알고 있지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됩니다. 그런데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유지시킨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봅니까? 뭔가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없습니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2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전국교사 긴급 추모행동을 열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7.22. ⓒ뉴시스

교육의 세계적 흐름에 대해 한번이라도 들어 보았나요?

유네스코에서 만든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2021)’에서 “교육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배제와 개인주의적 경쟁 방식을 대체하여 협력과 연대의 원칙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하며, 2050년을 바라보면서 성취에 대한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인 정의를 우선시하는 교육방식, 수업, 측정(평가)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지요. 2018년 ‘OECD 교육 2030’에서도 교육의 목표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와 개인의 웰빙’이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줄세우기식 경쟁 교육을 지양하며 완전히 새로운 교육을 위한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교육부 업무보고 때 1시간 쯤 이야기한 것을 보면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집권한 후 경쟁 교육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출생율과 교육의 관계에 대해선 관심이 있나요?

텔레비전만 틀면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무슨무슨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출생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말합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만연한 경쟁이라고 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세계 국가 소멸 1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자들은 4가지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동아시아 가부장적 가족 중심주의,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격차, 과도한 노동(업무)문화, 과도한 교육환경과 입시과열 입니다. 당신은 혹시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4가지 중 어느 것을 하거나 시도해 보았나요. 그 중 교육 부문도 꽤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구 위기와 사회 위기를 이야기 할 때 늘 등장하는 요인이 과도한 경쟁적인 교육 환경이지요. 이미 진단은 끝나고 올바른 처방만 남은 상태입니다. 출생율 문제는 나라의 미래 일이니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교육 상황이 얼마나 절박하다고 생각합니까?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지금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땜질이나 미봉책만으로는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위기입니다. 사교육비 26조원, 역대 최대입니다. 학생들이 교사들을 때리고 좀 더 두면 살인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민원과 학부모들의 괴롭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하나요. 만인의 사람들이 만인의 사람들과 싸우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요. 지금이 교육을 바꿀 골든타임 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손쓸 수 없는 침몰의 순간만 남을 것입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운이 좋고 힘도 있습니다. 지금 교육을 바꿀 좋은 기회입니다. 당신은 킬러문항 문제와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했지요. 당신의 그 말이 핵심입니다. 당신이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세계적 흐름에 맞게 교육을 바꾼다고 하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보적인 정부가 진보교육을 주장하면 난리나지만 보수 정부가 교육만이라도 사람 살 수 있는 정책으로 바꾼다면 대환영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지지율도 올리고 국가도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내어 주면 고맙겠습니다.

한국식 경쟁 교육이 얼마나 나쁜지 알고 있나요?

학부모들이 교사를 괴롭히고 학생들이 교사를 때리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보면 뿌리 깊은 성적 지상주의 경쟁 체제입니다. 사회 전체가 그렇게 굴러가고 있으며 어린 학생들에게도 전이되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삶을 아나요. 수능이 도입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소모적인 경쟁은 더 심해졌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엉망이 되었지요. 제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겪은 일은 참으로 단순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문제풀이 중심 0교시 보충수업을 시켰고, 다시 정규 수업 후 7·8·9교시 보충수업을 강제로 시켰습니다. 알다시피 그 학생들 중 수능으로 대학을 가는 수는 극히 적었습니다. 정규 교과수업과 보충수업의 비중도 비슷했습니다. 왜냐면 보충수업 문제지에서 다룬 내용을 중간, 기말·시험 문제를 출제 했으니까요. 9교시가 끝나면 또 강제로 10시까지 야간 자습을 시켰습니다. 고3은 모든 교과 시간에 교과서가 아닌 문제지 수업을 했지요. 이런 고등학교 생활이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아니 유치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수능 생긴지 30년이 되었지만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 절망적입니다. 윤대통령, 당신의 힘을 보여 주면 좋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외국어고등학교에 입장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앞두고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이승빈 기자

당신이 대학 입학 제도를 고쳐주세요

수능을 절대평가로 하고, 지금 대학 총장들 50% 이상이 찬성하는 대학입학 자격고사로 바꾸어 주세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가능할까? 라고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가능한 일이 많습니다. 수능을 바꾸면 중학교, 고등학교 모든 성적은 절대평가로 바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괴로움도 사교육도 없어질 것입니다. 단언하건데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 갑질도 사라질 것입니다.

당신은 특목고 같은 특권을 누리는 학교가 정말 우수한 인재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당신도 일반 고등학교를 나와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주머니의 송곳은 어느 곳으로든 나오기 마련입니다. 수능을 고치면 그런 학교도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대통령 당신은 우리나라가 별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미국에 가서 뒤로는 ‘바이든’을 날리면서 앞에서는 너무 비굴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자주적이고 부유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이참에 대학도 무상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신의 힘을 국민을 괴롭히고 약한 자를 잡아가두는 데 소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저 같은 필부도 나라의 미래 때문에 잠을 설치는데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절박합니다. 진보, 보수의 관점이 아니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미래만 생각하고 과감하게 개혁해 주세요.

더 자세한 것은 다음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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