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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대통령이 ‘악어 관상’이어서 국운 대통한다는 관상학자, 곁에 두는 한심한 대통령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심지어 그 대통령이 바뀐 지 고작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나라가 정말 개판이 돼버렸다.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방문한 사람이 천공이 아니라 풍수전문가이자 관상가인 백재권 씨라는 이야기.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중차대한 문제에 풍수전문가가 경호처장과 여당 국회의원의 호위를 받으며 얼쩡거렸다는 이야기렷다? 진짜 어이가 터져서 말이 안 나온다. 이러다가 앞으로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때 혹시 가위바위보나 주사위 굴리기로 결정하는 것 아니냐?

농담이 아니다. 백 씨가 지난 6월 한 인터넷 매체(시사오늘)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 이렇다.

기자 : 우리나라 국운이 어떻습니까?
백재권 : 좋습니다.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잘 뽑은 겁니까?
백재권 : 그럼요. 그래서 국운이 좋은 겁니다.
기자 : 윤 대통령 관상과도 영향이 있나요?
백재권 : 물론이지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관상입니다.
기자 : 나라 경제는 어떻습니까.
백재권 : 윤 정부 후반기 들어 좋아질 겁니다.

그러면서 백 씨는 윤 대통령의 관상이 '악어 관상'인데 이 악어 관상 자체가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만큼 극히 드물게 태어나는 관상이란다. 이 관상이 워낙 희귀한 만큼 국가에 큰 공적을 남긴다는 게 백 씨의 인터뷰 내용.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근거가 없다. 유일한 근거가 대통령이 악어를 닮아서란다. 악어가 영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윤 대통령이 악어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일견 맞는 것 같기도 해서 고개가 끄덕여지다가, 악어 닮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헛소리에는 고개가 좌우로 돌아가기도 하고, 아무튼 목 운동은 참 원 없이 해봤다.

통제력 착각 환상

사람들이 왜 미신을 믿고 관상 따위를 보면서 미래를 예측할까? 이 심리를 설명하는 행동경제학 이론이 하나 있다. ‘통제력 착각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혹은 운명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행동을 통제력 착각의 환상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일을 자기 힘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시험을 볼 때 연필을 굴려 답을 찾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어차피 답을 적중시킬 확률은 5분의 1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필을 굴리는 노력을 하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답을 찍을 때 한 번호에 쭉 찍지 않고 ①-③-④-②-③-②-④-① 식으로 번호를 다양하게 찍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면 “내 촉이 좀 좋거든”이라고 답을 한다. 아니거든! 네 촉이 특별히 좋을 리가 절대 없거든!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의 촉이 확률의 벽을 뚫을 수 있다고 믿는다.

풍수전문가이자 관상가 백재권 씨

가위바위보는 어차피 확률이 정해진 게임이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를 할 때 마지막 보에서 꼭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다. “가위, 바위 보오오오오!!!”라며 기합을 넣는 것이다. 이러는 이유는 자기가 기합을 넣고 최선을 다하면 이길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카드 게임을 할 때 히든카드를 그냥 열어보지 않고, 다른 카드로 히든카드를 가린 뒤 천천히 오픈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걸 속어로 ‘카드를 쫀다’라고 하는데, 실로 아무 쓸 데 없는 짓이다. 어차피 히든카드는 받은 것이고, 그걸 아무리 쪼아도 카드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쪼는 노력을 하면 나에게 좋은 카드가 올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 이 역시 자신이 운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무능력을 믿지 않는 대통령

1965년 심리학 잡지『사이컬러지컬 모노그래프(Psychological Monographs)』에는 심리학자 허버트 젠킨스(Herbert Jenkins)와 윌리엄 와드(William Ward)의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실험팀은 참가자들을 모은 뒤 빈 방에 가둬놓고 전등을 갑자기 꺼버렸다. 방 안에는 전등 스위치가 있다. 실험팀은 참가자들에게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질 수도 있고, 안 켜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분명히 알려줬다.

참가자들은 불이 꺼지자 모두 스위치를 눌렀다. 그런데 실험팀이 미리 알려줬듯이 스위치를 눌러도 불이 안 켜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아, 이건 미리 실험팀이 불이 안 켜지도록 조작해 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물러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은 스위치를 두 번, 세 번 누르더니 마지막에는 스위치를 꾸~욱 누르는 노력을 보였다. 스위치를 꾸~욱 누른다고 불이 들어 올 리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 해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진다고 은연중에 믿는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무속인, 풍수지리가, 관상가 등이 얼쩡거리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윤 대통령은 내가 보기에 대통령으로서 극히 무능하다. 경제도 몰라, 공공성에 대한 개념도 없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노력도 안 해,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냐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떡 하니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심지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문제는 자기가 무능하면, 최소한 무능한 줄은 알아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게 없다. 자기 능력에 도저히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른다.

그러니 주변에 무속인이 얼쩡거린다. “대통령이 악어 관상이시니 경제가 좋아질 거여요”라는 헛소리를 믿는다. 전원 버튼을 세게 누르면 안 켜지는 전구가 켜질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면서 뭔가 자기가 집권한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자기가 이 세상을 통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없는 정당성을 미신의 힘에서 찾는 이 아둔한 행동, 전형적인 통제력 착각 환상이다.

그건 그렇고 윤 대통령에게 진짜 궁금한 거 한 가지만 물어보자. 나는 동물을 외모로 차별하는 성향이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보통 상식적으로 “너 악어 닮았다” 이러면 욕 아니냐? 그 소리를 듣고도 좋다고 헤헤 거리며 이런 사람을 불러 청와대 이전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물어봐? 이건 속이 없는 거냐, 멍청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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