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교육계와 우리 사회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아직 사건의 진상이 상세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 현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폭넓은 공감이 이미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모든 노동과 마찬가지로 교육노동은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안전이야말로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실무적 역할부터 법적 책임까지 모두 교사에게 지우는 현재의 방식은 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간신히 지탱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희생은 교육 현장의 전환적 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왔음을 보여준다. 현장 교사들의 참여 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이어져야 할 때다. 아동학대나 학교폭력에 관한 법률을 고치고, 학부모 민원을 관리자를 경유하도록 하는 관행 확립까지 미뤄져 온 숙제들을 직면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대형사건만 터지면 지난 정부와 진보정치 탓을 해오던 정부·여당이 안타까운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 앞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점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시키고, 이를 민주당과 진보교육감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그러나 인권존중의 본질은 내 인권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인권도 소중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무너뜨렸다는 어떤 실증적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진보교육감들의 왜곡된 인권의식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교권이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태규 의원은 "지난 정권 하에서 선생님들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과 폭언은 물론,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이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체벌에 면책특권을 주자’는 법률이 민주당 반대로 국회 계류중이라는 이유로 “지금 교실을 개판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이재명 대표를 지목하기도 했다. 교육 현장에서 체벌을 부활하는 게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니 정말 황당한 이야기다.
이주호 부총리도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이들이 모여 당정협의를 하고 대책을 내놓겠다니 우려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안전한 학교현장 만들기는 정쟁의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