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과 처가의 이권 카르텔

눈만 뜨면 이권 카르텔을 척결하겠다고 엄포를 놓던 대통령이 정작 장모가 부당한 잇속 차리기로 법정구속되는 일을 겪고서도 한마디 해명이나 유감 표명도 않으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연이은 국정 실책으로 생겨나는 국민의 고통에 남탓 핑계만 늘어놓거나 억지스럽고 요란한 구호 소리만 올리고 있으니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리도 만무하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수백억원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법정구속되었다. 죄질이 나쁘고 도주 우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349억원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또 관련 소송에도 100억원의 위조 잔고증명서를 사용한 혐의와 차명으로 이 부동산을 소유한 혐의 등 벌인 일만 들어도 엄벌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런 죄를 짓고 법정구속되면서도 최씨는 반성의 기색을 보이기는커녕 법정에서 주저않아 소란을 피우다가 끌려갔다.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도 놀랍지만 이 과정에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져야할 책임도 만만찮아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간발의 차로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최씨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큰소리쳤다. 그러나 1심 유죄 인정에 이은 2심에서의 법정구속으로 그런 호언이 무안해진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검찰총장 시절에는 최씨의 범죄 혐의를 비호할 목적의 '장모 문건'까지 만들어져 물의를 빚었다. 가족의 죄를 변호하기 위해 국가기관까지 동원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쳤던 이유다.

이쯤 되면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서 진솔하게 사과하거나 납득할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친인척 관리도 못하는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부수겠다며 연일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걸 믿어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더욱이 대통령의 처가에 관련된 이권 시비는 장모의 법정구속 건만으로 끝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에 얽혀 있는 처가 회사의 특혜 문제와 최근 논란으로 번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제 등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도 제 눈 안의 대들보는 보지 않으려는 대통령이 국민들로서는 피곤한 존재다. 대통령이란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측근의 죄를 덮으려 하거나 그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누리고자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악질적인 이권 카르텔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팔짱 끼고 외면할 일이 아닌 만큼 더 이상 늦기 전에 대통령이 해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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