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검토에서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 공정의 성능’은 관련 국제안전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평가와 무관한 요소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10년간 46건의 고장이 있었던 기록 때문에 ALPS 성능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는 지적에, IAEA가 답한 내용이다. “ALPS 성능은 확인됐다”는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IAEA는 아예 평가 요소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ALPS 성능이 검증된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답변이다.
ALPS 성능 검증 안 했다 답변 일본으로부터 분담금 외 자금 받았다 인정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총괄대책위원회(이하, 총괄대책위)는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AEA와 주고받은 질의응답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IAEA 답변은 지난 6월 28일 민주당이 보낸 질의에 7월 9일 서면으로 답한 내용이다. 간담회에는 우원식·양이원영·이수진 의원, 송기호 변호사,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준택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IAEA 답변내용을 전하고 IAEA에 ‘전문가 기술·과학 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총괄대책위가 공개한 IAEA 답변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알프스 성능 검증에 대한 답변이다.
‘방류 안전성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인 ALPS 성능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IAEA는 ALPS 성능은 평가 요소 자체가 아니었다면서 “일본의 방류 계획에 따라 도쿄전력이 ‘ALPS 처리수’(오염수)를 희석하여 방류하기 전에 분석을 수행하고, 이 분석 작업은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가 검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전에 기준치 이하로 잘 여과되고 희석됐는지 확인할 예정이기 때문에 IAEA는 성능 평가를 굳이 하지 않았다는 말로 보인다.
일본이 준 시료를 분석한 결과가 문제없다면 IAEA가 ALPS 성능을 검증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IAEA조차도 오염수 시료 검증이 곧 ALPS 성능 검증이라는 취지의 설명 또는 평가 등은 하지 않고 있다. IAEA 최종보고서에도 ALPS 성능을 검증했다는 서술이나 표현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총괄대책위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제기준에 맞게 처리되었다는 평가보고서를 낸 IAEA가 핵심 처리 설비 성능에 대해서는 자신의 평가와 무관한 요소라고 입장을 내는 것이 맞는 것이냐”라며 “IAEA 보고서에서 ALPS의 흡착성능, 제염계수, 운영관리절차서, 사용 전 검사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내용도 확인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IAEA에 ‘그 행위로 인한 이익이 피해보다 커야한다는 IAEA 안전지침 GSG-8 정당화 요건에 위배되므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방류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IAEA는 “최종보고서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당화 결정은 방사선 방호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그중 상당 부분이 경제적·사회적 요인과 같이 본질적으로 기술적이지 않은 다른 고려사항을 포함하기 때문에, IAEA는 이 결정의 비기술적 측면에 대해 언급하고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해당 안전지침이 있긴 하지만, 이 지침을 적용하려면 너무 방대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답변에, 총괄대책위는 “그럴 거면 왜 GSG-8 기준을 만들었느냐?”며 황당해했다.
IAEA는 최종보고서에 이어 민주당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원자력 안전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책임을 미루기 바빴다. ‘IAEA는 안전성 검증비용에 대해 일본의 지원을 얼마나 받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많은 회원국이 정기적인 예산 분담금 외에도 전 세계의 원자력 안전을 더욱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해 IAEA에 추가 예산 자금을 제공한다”라고 돌려 답했다. 일본이 제공하는 자금을 받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답변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