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염 산재’ 막기 위해 산안법 개정하고 관리감독 강화해야

지난달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청년노동자가 폭염에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옥외 주차장에서 하루 4만보 이상을 걸으며 무더위 속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피해자는 총 152명으로, 23명이 사망했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8월에 피해가 집중됐다. 산재 신청을 했으나 인정되지 못하거나 아예 신청도 못한 사고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우리나라도 이전보다 훨씬 폭염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본격적인 폭염철인 8월을 앞두고 노동자 피해 예방이 긴요하다.

이에 고용노동부도 다음달 31일까지 '폭우·폭염 특별 대응 기간'을 설정하고 지난 16일부터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정식 장관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수칙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2005년 정부가 폭염 종합대책을 처음 발표한 이후 매년 여름이면 떠들썩하게 다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최근 3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건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 규칙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열사병 등이 우려되는 노동자에게 그늘막과 깨끗한 음료수를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권고사항일 뿐 지켜지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고용노동부 열사병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특보 발령 시 근로자가 1시간 주기로 10~15분씩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피하도록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따르면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일하면 10~15분씩 이상씩 쉬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 26.3%에 불과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52조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지만, 급박한 위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있으나 마나 한 조항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공 건설현장에서 폭염 시 작업 중지가 이뤄질 뿐이다.

대표적인 옥외노동자인 건설노동자를 포함해 물류 노동자 그리고 냉방이 되지 않는 학교 급식실이나 유통업체 물류센터 등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제성 없는 가이드만으로는 노동자를 지킬 수 없기에 법 개정이 시급하다. 폭염 또는 한파 시 근로자의 작업을 중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발의했지만 상임위조차 통과를 못하고 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달초 “기준을 초과하는 폭염 때 작업 중지를 의무화하는 산안법 개정안을 7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염시 무리한 작업으로 노동자가 재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자는데 여야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국회가 신속하게 법 개정을 이루고 정부는 현장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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