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촛불시위 혜택 받고, 집회시위 막겠다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은 26일 집회‧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브리핑하며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역·학교 인근 집회 등에 대해 법령을 개정하고, 이른바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와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것처럼 대통령실의 방침은 위헌이고 불법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공공의 안녕과 국민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적절하게 제한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고 있다. 장소, 시간, 형식 등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이루는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에서 함부로 제한해선 안 된다는 판례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경찰의 잇따른 집회‧시위 제한통고가 거의 매번 법원 판결로 뒤집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즉, 집회‧시위가 국민의 본질적 권리이기에 다소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과도하게 통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 헌법의 바탕이자 사회적 합의다.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집회‧시위 제한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절차 역시 황당하고 유치하다. 온라인에서 이뤄진 국민참여토론 참여자 다수가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것이 도대체 헌법과 법률을 넘어설 근거가 되는가. 이러니 대통령실의 주장을 긍정하는 법률가는 극소수에 그치고, ‘인기투표로 법률을 침해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정부의 집회‧시위 제한은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헌법과 법률에도 맞지 않는 주장을 실행하겠다는데 마땅한 수단이 없다. 야당과 대화할 생각이 없으니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들 통과는 난망이다. 시행령을 고치는 꼼수 역시 법률을 넘어서는 내용은 위헌적 요소가 분명하다. 남는 것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사소한 위법사항을 꼬투리 잡아 강경진압을 남발하는 정도다. 별 피해도, 위급성도 없는 야간집회에 공권력을 투입하거나 민주노총 집회가 신고시간 5분을 넘겼다고 해산방송을 하며 캡사이신을 만지작거리는 등이다. 결국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 불편과 피해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실효가 없는 셈이다.

정부의 노림수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실제 집회‧시위를 줄이는 것이라기보다 이를 빌미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에 있어 보인다. 즉 불순하고 과격한 시위대와 피해받는 순수 국민으로 나누려는 것이고, 이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되뇌이는 우리 헌법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과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의 시각으로는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불법적 집회‧시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주목받는 지도자로 올라서고 결국 대통령이 된 시발은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였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야간까지 이어진 대규모 도심 점거시위에 힘입어 국정농단 수사를 하고 박근혜 탄핵의 근거를 제공한 윤 대통령이 자신의 출생을 부정하는 셈이다. 권력을 잡으니 국민의 입을 막고 싶은지 모르겠으나 그런 지도자들의 끝이 어떠했는지는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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