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몰락한 일본 단카이 세대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노인(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8,326명으로 올해 949만 9,933명에서 5.4% 증가할 전망이다. 인구 다섯 명 중 한명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노인 인구 급증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1955~1963년생들이 2020년부터 차근차근 노년기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연간 출생자 숫자는 전부 90만 명이 넘는다. 현재 살아있는 이 연령대 인구만 695만 명으로 700만 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들 세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경제적 불안을 경험했다는 데 있다. 30, 40대 최전성기에 외환위기를 겪고 신자유주의의 도입을 경험한 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보수적이고 삶이 위축된 세대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쟁 직후, 즉 1947년에서 1949년 태어난 단카이 세대(團塊世代)가 그들이다. 단카이 세대의 인구 규모는 80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일본이 199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의 여파에 휘말리며 이들은 전례 없는 무더기 해고를 경험한 바 있다.

평생직장을 당연시 여기던 단카이 세대는 엄청난 공포에 빠져 지갑을 닫았다. 일본 경제에서 본격적인 소비 침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때 시작된 경기 침체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으로 이어졌다. 70대 중후반이 된 단카이 세대는 아직도 일본 소비시장에서 가장 지갑을 열지 않는 세대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공포는 인구가 많고 경쟁이 심한 세대일수록 더 극심하게 다가온다.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믿음만 남아 지갑을 닫거나 상속·증여에 열중한다. 일본 단카이 세대의 몰락이 주는 교훈이다.

개인이 소비를 외면하고 저축에만 열중하면 개인은 살지만 경제는 죽는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한 유명한 ‘저축의 역설’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국민들을 보호해 줄 것이다’는 확신 없이 1,000만 노인 시대를 맞는다면 매년 90만 명 씩 태어났던 베이비부머들은 결국 일본 단카이 세대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