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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데없는 ‘여야 노선검증위원회’, 국정조사가 정답이다

대통령의 처가 특혜 논란이 빚어진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인 원희룡 장관이 '여야 노선검증위원회'라는 초법적 제안을 내놨다.

원 장관은 3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고속도로가 이미 쟁점화됐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려면 전문가의 과학, 상임위를 통한 진실 규명, 고속도로 수혜자인 양평군민의 뜻을 최대한 모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노선검증위원회를 제안했다. 원 장관은 이 방안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간사를 중심으로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원 장관은 민주당이 내놓은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거부 뜻을 재확인했다. "상임위원회에서 7일 전에만 전문가들을 부르면 되고, 증인 선서에서 거짓말하면 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갈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상임위원회를 무제한 열고, 증인을 부르는 데 협조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백지화'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조금씩 말이 바뀌어 이제는 '백지화' 대신 '노선검증위원회'로 말을 바꾸었다. 정부가 야당의 말을 듣고자 한다면 국정조사가 자연스럽다. 국회 차원에서 중요한 현안에 대해 조사하는 국정조사는 현행법에 그 절차와 권한이 정해져 있고, 가까이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진행된 바 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에 모두 익숙한 방법이라는 의미다.

노선검증이라는 목표도 뜬금없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승민 전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노선을 정하는 건 행정부가 책임지고 할 일"이다. 야당의 몫도 아니거니와 법적, 정치적 책임도 불분명하다. 지금 국민과 야당이 지적하는 건 노선 변경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이익이 크게 불어날 수 있는 만큼, 그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노선'을 내세워 쟁점을 흐리는 건 '꼼수' 정치에 불과하다.

원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여권에서도 불만이 높아져 왔다. 대통령실도 원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양새다. 원 장관 입장에선 진퇴양난일 것이다. 그럴수록 정도로 가면 된다. 국정조사라는 정답을 억지로 피하면서 이상한 절차를 만드는 건 원 장관과 여권의 곤혹스러운 처지만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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