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비주택 거주자 늘어나는데 도리어 공공임대 줄이는 윤 정부

늦은 밤 공공임대주택 2023년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장의 모습. 2022. 10.21 ⓒ빈곤사회연대


여관,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이른바 비(非)주택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 마디로 말해 변변한 집도, 절도 없이 연명하는 시민들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인데,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해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의무가 있는 윤석열 정부는 도리어 공공임대 주택 예산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줄였다.


비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4년만에 증가해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원은 182만9천명으로 전년(178만8천명)보다 무려 4만1천명(2.3%) 늘었다.

통계청은 가구의 거처를 '주택'과 '주택 이외의 거처'로 분류하고 있다. '주택 이외의 거처'는 한 개 이상의 방과 부엌, 독립된 출입구 등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주 공간을 의미한다. '주택 이외의 거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피스텔,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 기숙사 및 특수사회시설,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이다. 오피스텔 거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거 취약 계층에 속한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원은 2018년(199만5천명) 정점을 찍은 뒤 2019년(198만5천명), 2020년(179만8천명), 2021년(178만8천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특이한 건 작년에 집값과 전셋값이 제법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비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추정컨대 전세사기 등이 비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수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을 줄이는 게 정책목표인 윤 정부

비주택에 거주한다는 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주택에 거주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건 난망이기 쉽다. 하여 국가는 시장에서 변변한 주거를 구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안온한 주거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1월 윤석열 정부는 '서민·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50만 호, 공공분양주택 50만 호 총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임 정부였던 문재인 정부 기간 공급한 공공주택 물량이 65만호였으니 윤석열 정부의 100만호 공급계획이 나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2018~2022)동안 공공임대 65만호(건설형 35만호, 매입형 13만호, 전세형 17만호)와 공공분양 15만호를 각각 공급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공급계획은 공공분양 50만호와 공공임대 50만호(건설형 17.5만호, 매입형 17.5만호, 전세형 15만호)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때 공공임대는 무려 15만호가 주는 대신(특히 공공임대주택의 본령이라 할 건설형이 문재인 정부 기간과 비교할 때 반토막이 났다)에 공공분양은 무려 35만호가 늘어난다.

앞에 공공이라는 말이 붙어서 대동소이하게 보일 뿐 공공분양은 공공임대와는 완벽히 다르다. 공공분양은 수분양자가 시세차익을 누리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에 불과하다. 공공분양주택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공공임대주택과는 본질과 성격과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목표가 상이하다.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기로 결심한 윤석열 정부의 의도는 벌써부터 관철되고 있다. 2023년 주택도시기금 중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관련 예산 5조6400억원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예산이 줄면 공급량도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 예산 감소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전세 신규 공급 물량은 2022년 공급 물량 대비 약 6만6000호가 줄고 이번 신규 모집이 중단된 전세임대 공급량 또한 4만1500호에서 3만 호로 감소했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 축소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하의 저소득층 신혼부부, 한부모가족, 기초생활보장 및 차상위계층 청년은 물론 아동복지시설퇴소 청년을 포함한 보호종료 아동 등 주거취약 계층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돈의동에 있는 쪽방 모습 ⓒ민중의소리

주권자를 보호하지 않는 정부가 존재할 까닭이 있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대 모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확충에 노력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온한 주거를 제공하고, 전체 주택시장의 주거안정성을 제고시키기 때문이었다.

민주화 이후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을 직전 정부에 비해 크게 줄일 것을 목표로 내세운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최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윤 정부의 공공임대정책은 퇴행적이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조문(35조 3항)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비주택에 거주하는 주권자들을 보호할 마음이 없는 정부는 존립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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