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건설 이권카르텔, 정략적 선동 대신 구조적 해법을

지하주차장 철근을 빼먹은 아파트로 드러난 부실시공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카르텔’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치적 꼼수를 떨쳐내고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을 도모하길 주문한다.

최근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이후 무량팡 구조의 철근을 빼먹은 부실시공이 일부에 그치지 않음이 확인됐다. 1일 윤 대통령은 “안전은 돈보다 중요하다”며 전수조사와 안전조치 등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오류, 부실시공, 부실감리가 이뤄졌다”면서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지만, 대통령이 나서 부실시공을 전정권의 일로 단정한 점은 우려한다. 최근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된 사례는 지하주차장만이 아니라 시한이 오래되지 않은 브랜드 아파트의 누수 등 여럿이다. 특정 정부 책임을 논하기 앞서 건설업계에 부실시공이 여전히 널리 퍼졌음을 보여준다.

‘반카르텔 정부’라는 윤 대통령의 착각과 달리 부실시공 우려 사례는 지금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건설노조와 여러 현장의 제보를 종합하면, 부실시공 사례를 관공서에 알려도 제대로 접수조차 하지 않거나 오히려 노동자를 공갈협박범으로 대한 지자체도 있다. 정부가 ‘건설노조 죽이기’에 전면적으로 나선 후 이런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현 정부에서 시공된 아파트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우려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의 부실시공과 봐주기는 구조적 병폐다. 원청은 하청에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하청은 이를 만회하려 인건비를 쥐어짜거나 부실시공을 감행하며, 이를 위해 말을 잘 듣는 비노조원이나 이주노동자를 선호한다는 사례도 많다. 감리업체 역시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구조 자체를 새로 짜지 않고서는 부실시공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실시공의 가장 큰 책임은 원청인 대기업 건설업체와 이를 감독할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 당국에 있다. 대통령이 화내고 혼낼 처지가 아니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건설업계 비리와 담합을 수사하는 동시에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거기에는 문제를 제일 잘 아는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부실시공 예방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회성인 전수조사와 엄벌 지시로 구조적 악습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과 언사로 이권카르텔을 비판한다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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