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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가사도우미, 지금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대규모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가사 관련 자격증을 가진 100명의 가사도우미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등 내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법 규정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시범사업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바 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조정훈 의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한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으나 노동계와 여성계의 거센 반대로 철회되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시범사업계획까지 발표되었다. 시범사업은 당장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했다고는 하지만, 논란과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에서 나온 저출생에 관한 대부분의 정책이 근본적 해결책과는 동떨어져 있고, 국민 개개인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결혼자금 공제 정책만 보더라도 고용과 주거라는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정부지원책은 없고, 결혼자금 세금감면, 그것도 10% 상위층에나 해당하는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이번 가사도우미 제도 역시 육아문제에 있어 그동안 정부기관에서도 주요하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던 근로시간 단축이나 남녀 모두의 육아휴직 보장, 직장 및 가정문화 개선, 국가차원의 돌봄 지원 등과는 다소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지급되는 월 200만원의 비용에 대한 정부지원은 전혀 없고, 전부 개인이 지급해야 한다. 결국 앞서 발표한 결혼자금 공제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계층에게나 해당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남성도 가사와 돌봄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일·가정 양립’에서의 중요한 흐름을 깨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과거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사·육아가 최근에는 남성과 여성의 가사분담, 공동육아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에 있고, 이 지점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다시 여성노동자가 이를 메꿔주는 방식의 제도가 도입된다면, 더디지만 지금까지 어렵게 만들어 온 흐름마저 역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중고령층 가사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처우의 문제,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인권문제, 돌봄의 공공성 훼손 등 잠재된 문제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같은 논란과 우려에도 정부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강행하려는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조건이 보장되는 것이고, 양육자들이 바라는 것은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겉도는 정책, 떠넘기기식 정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청년과 양육자가 원하는 정책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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