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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나는 이렇게 듣는다

 날마다 음악을 듣는다.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생각하면 음악부터 튼다. 주로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애플뮤직과 바이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데, 늘 수백 장의 음반이 쌓여있다. 아직 듣지 못한 음반이 그렇게 많다.

지금 히트하는 음악, 이름 있는 뮤지션의 새 음반과 싱글, 다른 평론가가 추천한 음반과 싱글만 듣는 게 아니다. 누군가 추천하거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처음 듣는 뮤지션이면 지금까지 발표한 싱글과 음반을 다 찾아 들어본다.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록, 재즈, 포크를 가장 좋아하고 오래 들어왔지만 그 장르만 듣지는 않는다. 화제가 되거나 인기를 끌고, 호평 받으면 국적이나 장르와 관계없이 반드시 들어보고, 거슬러 올라가 전작을 듣는다. 들어야 한다고 쌓아둔 음반 리스트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음악 감상 (자료사진) ⓒMinh Thái Lê, Pixabay

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뮤지션의 변화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날마다 국내에 나오는 신곡이 5,000곡쯤 되고 세계적으로는 100,000곡쯤 된다. 이런 세상에서 모든 음악을 다 듣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주요한 흐름, 두각을 보이는 뮤지션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음악마니아는 좋아하는 음악만 들어도 되지만 평론가는 그러면 안 된다. 가능한 여러 영역을 아울러야 하고, 최소한 특정 장르의 간판 뮤지션과 신인 뮤지션, 비주류 뮤지션이 어떤 작품을 발표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들이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조망할 수 있으며 예견할 수 있다.

모든 음악평론가가 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나처럼 최대한 다양하게 들으려 하는 평론가가 있는가 하면, 주목하는 장르만 집중적으로 듣는 경우도 있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곡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음악 감상하며 보내는 일과 (자료사진) ⓒStockSnap, Pixabay

사실 대부분의 음악평론가는 오래된 음악 마니아여서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듣곤 한다. 좋았던 음악은 여전히 좋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은 다시 들으면 다른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른 판단 기준과 감각을 갖게 된다.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를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고, 예전에는 주목했던 가치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과 영화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고 놀라거나 실망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사람의 감각과 판단은 완벽하지 않으며 계속 바뀌기 때문에, 들을 때마다 다르게 들린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조우를 위해 옛 음악을 다시 듣는다. 그래서 더 시간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어지간해서는 예전 음악을 다시 듣지 않는다. 내가 미친 듯 음악을 듣던 마니아 시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잡식성으로 음악을 듣는 편이며, 음반을 욕심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며 음악을 탐닉하고 행복해지는 일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나며 현재를 파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음악평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일을 잘하기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렇다고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듣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좋은 음악이 넘치게 많은 덕분이다.

음악 작업하는 뮤지션 (자료사진) ⓒpixabay

이제는 음악을 만드는 이들의 역량이 상향평준화 되었다. 연주를 못하거나 노래를 못하는 음악, 엉망으로 녹음한 음악은 드물다. 음악을 골라 듣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대부분 들을만한 음악을 들려준다. 실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들을 수 있는 장르도 다양하다. 다른 나라에 있는 장르는 한국에 다 있다. 뮤지션은 수도권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부산에도 있고, 대구에도 있다. 광주, 전주, 대전, 춘천에도 뮤지션이 있다. 그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신곡을 낸다.

음악 마니아라면 알 거다. TV에서는 숨은 뮤지션 운운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숨지 않았다. 그저 조금 다른 음악을 했을 뿐이고, 자본의 힘을 빌리지 못해 자신을 알리지 못한 거다. 들으면 좋은 음악은 즐비하게 존재한다. 나의 귀를 빌려줄 시간이 부족할 따름이다.

반면 엄청나게 특이하고 새로운 음악이 넘치지는 않는다. 어쩌다 벌떡 일어나 듣게 하는 음악이 있지만 그런 일은 한 달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다. 뮤지션도 사람이라 특정한 시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요즘처럼 온오프라인 매스미디어가 세계를 통합한 현실에서는 금세 서로에게 배운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음악에는 모두 다른 뮤지션들의 그림자가 배어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날마다 새롭게 폭발하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를 품고 듣게 된다. 듣기 전에는 알 수 없지 않은가.

직업으로 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열망,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음악을 듣는 순간의 크고 작은 즐거움이 계속 듣게 한다.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일주일에 한 번씩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한 달에 한 번씩 추천음반을 정리해 공유한다. 음반을 리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듣고 말하고 나누기 위해 듣는다. 소박한 기쁨, 나누면 더 커지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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