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신의 발달 장애 초등학생 자녀를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홍역을 앓고 있는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2일 두 번째 입장문을 내고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주호민은 이날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두 차례로 나눠 올렸다. 그는 글을 시작하며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기사로 혼란과 피로감을 느꼈을 대중들에게 사과하고, 자녀의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들, 특수교사들과 발달 장애 아동 부모님들께 "실망과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희는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라며,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되면, 중재가 이뤄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고 털어놨다. 향후엔 "아내와 상의하여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면서 "여기까지 와 버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 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여러가지 의문점과 온라인 상에서 떠돌고 있는 의혹들 중 주요한 것에 대해 각각 답했다.
주호민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그의 10살 아들(현재 11살)이 같은 반 여자 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일로 해당 자녀는 학폭위에 회부됐고, 학교 측의 분리 조치로 2주 가량 맞춤반(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았다. 피해학생 부모의 용서를 받은 뒤론, 지도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주호민은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게 된 데 대해선, 사건 이후 어느날부터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위축된 태도로 불안과 강박 증세 등 이상행동을 보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딱 하루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서 보냈다"라며, "그 하루동안의 녹음에서 (특수교사의) 충격을 가누기 어려운 말들을 듣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가 아이에게 '너는 아예 돌아갈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단정했다"라며, "행동을 교정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엄하게 가르쳐 훈육하려는 의도의 어조가 아닌, 다분히 감정적으로 '너는 못가'라고 단정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녹음을 들었을 당시 든 생각이 "아이를 해당 교사와 분리해야 한다는 것 하나"였다며, 이후 이를 위해 교육청과 학교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이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 교사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교사 면담을 신청했다가 취소했는데, 그 이유는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에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주호민 씨는 이 과정에서 특수학급에 있던 다른 아동들의 부모와 의논하지 않았던 점, 자초지종을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교사의 부재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불편을 겪은 점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정말 죄송하다. 서로 의지하던 사이인 부모님들과 상의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주 씨는 특수교사를 고소할 당시 "신고와 고소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우선 분리조치가 되고 그 이후에는 수사기관 판단에 따라 처리될 거리 생각했는데, 직위해제와 기소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 것에 대해 예측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사가 기소된 것이 "수사기관에 의해 학대행위가 인정된 것"이라고 생각했고, "상대 교사의 사과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선처 의사를 물었을 때 '진심어린 사과면 충분히 선처할 생각이고, 선처를 위해 돕겠다'고 답했음도 밝혔다. 그러나 이후 재판에서 특수 교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 의사도 없어 처벌 의사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타인의 '밥줄'을 자르는 칼을 너무 쉽게 휘둘렀다는 비난을 많이 봤다. 지금에야 너무나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이 제도를 이용할 때 저는 미처 거기까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그것이 가져올 결과까지를 고려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지만, 시행되는 제도가 그러한 결과를 만들 것까지를 고려한 바탕에서 설계되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원망이 있다"라며 현행법 상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에 대한 입법적 개선을 촉구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에 대한 자극적 보도는 감내할 수 있지만, 자녀의 신상과 증상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매도하는 자극적 보도는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주 씨는 특수교사와 교사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저희의 대응은 제 아이와 관련된 교사의 행위에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었지, 장애 아동과 부대끼며 교육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시는 특수교사들을 향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면서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누구보다 특수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자녀가 속했던 일반 학급 담임교사에게도 "너무 고맙고 죄송하다"면서 "선생님들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고통 속에 반성하고 있다. 살면서 갚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