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새만금에서 치러지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폭염과 시설부족, 침수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가 '진짜 생존게임'이 되었다는 호소를 내놓고 있고, 몇몇 나라들에서는 자국 참가자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는 지경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이후 1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나왔다. 계속해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소방당국이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행사는 강행됐다. 조직위원회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제 때 치료받고 건강한 상태라고 알려왔지만, 참가자들의 안전에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그대로다. 앞으로도 위기가 계속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는 정황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2개월 전부터 지역언론 등에서는 전기와 상수도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야영지 배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보다 앞서 작년의 프레잼버리가 취소된 것도 코로나 확산 때문이 아니라 준비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야영지 대부분이 물바다와 진흙밭이 된 건 1년 전에 이미 확인된 셈이다.
행사를 주관할 여성가족부가 폐지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도 한 몫 했으리라 본다. 한덕수 총리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는 데 힘이 빠진 여가부가 전북도와 조직위원회,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함께 지휘하며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반환경적인 갯벌 매립지 위에서 청소년들의 우애와 개척정신, 그리고 세계평화를 주제로 한 행사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역설적이다. 정부와 전북도는 잼버리 개최를 명분으로 농지관리기금을 전용해 267만평에 달하는 해창갯벌을 매립했는데, 생태의 보고인 갯벌을 메꿔 관광레저용지를 조성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악의 생태학살 현장에서 잼버리대회를 여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라는 시민사회의 지적은 옳다.
잼버리 행사는 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당장의 안전과 건강 문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