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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불안 범죄, 적절한 대응과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동 일대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13일 만에 성남 서현역에서 유사 사건이 벌어졌다. 지나던 사람들을 차로 치고 마구 찌르던 최 모씨의 범행으로 13명이 중상 피해를 입었고 사경을 헤매던 시민 1명은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다. 범인들의 신속한 검거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벌어진 두 사건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연이어 특정 장소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예고 글들이 SNS 상에 올라와 사회적 공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내재돼 있던 범죄 가능성이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표출되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루 말할 길 없다. 행동이 위축되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지날 때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방검복 구입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방호하지 않고서는 언제 어디서든 묻지마 칼부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면서다.

현재 경찰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신림동이나 서현역 사건의 공통점은 고립된 청년들이 세상에 대해 불공평을 느끼고 분노감을 키워 왔다는 데 있다. 신림동 사건의 조 모씨 경우 또래 남성들과 비교되는 열등감과 나만 불행하다는 인식이 범죄를 저지른 동기로 밝혀졌고, 서현역의 최 모씨도 청소년 시절 경험한 불운과 좌절이 성장과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이 일본이 이미 지난 2000년대에 겪은 현상을 닮고 있다고 경고한다. 나만 잘 되지 않는다는 왜곡된 생각이 다중을 향한 분노로 이어지고, 급기야 내가 갖지 않은 행복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는 게 그렇다. 40건을 넘어설 만큼 SNS상에 유행처럼 번지는 살인 예고들 역시 가난과 고립을 겪는 이들이 자기를 증명하고픈 욕구를 드러내는 행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한 범죄예방 활동과 보여주기식 과잉대응은 구분해야 한다. 계엄령도 아닌데 평화롭게 오고가야 할 거리에 경찰 장갑차들이 삼엄한 분위기를 만들고 권총과 소총까지 둘러멘 특공대원들까지 늘어나니 이게 웬일인가 싶다. 정복경찰의 주요 지점 순찰 강화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살인예고의 다수가 실제 범행 결심과 준비를 했다기보다 시류에 편승해 주목을 받으려는 행위라는 점도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범죄와 위협에도 사회 시스템과 시민의 일상이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적 원인을 짚고 이를 해결하는 데도 관심을 가지고 끈질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빈곤을 겪는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같은 지원과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 방책을 보다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임기응변적 대처보다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정부조직체계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협력기구 모색해 볼 법하다. 고립감을 이겨낼 상담 등 민간사회의 활발한 움직임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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