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자수첩] 올 여름 한 편의 ‘재난 영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는 공식을 깨고 흥행할 수 있을까?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시민들 (자료사진) 2022.6.19 ⓒ뉴스1

올여름 한국영화 기대작 두 편을 꼽는다면 하나는 해양범죄활극 ’밀수’, 그리고 다른 한 편은 재난 드라마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분위기와 톤은 사뭇 다르다. ‘밀수’는 경쾌하고 박력 있고 무겁지 않아 여름의 분위기를 닮았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이 휩쓸고 간 서울 한복판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설국열차’ 그리고 매서운 한겨울의 분위기를 닮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는 이미 지난 7월 26일 개봉해 개봉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일요일인 지난 6일 기준 350만 관객을 넘었다.

‘밀수’가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를 바탕으로 1970년대 추억의 음악들 그리고 전에 없던 박진감 넘치는 수중액션 등이 잘 버무려져 여름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일찌감치 흥행이 예상됐던 작품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에 없던 재난 드라마로, 새로운 접근법에 작품의 완성도까지 높아 각계의 호평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흥행이 점쳐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8월 9일 개봉한다.

한국영화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메인포스터 ⓒ민중의소리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이 휩쓸고 간 서울. 그 속에서 유일하게 버텨낸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생존이 걸린 극한의 상황 속에서 여러 인간 군상을 담은 치밀한 스토리로 현실감을 더해 기존 재난 영화와는 다른 볼거리를 선물한다.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을 비롯해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까지 탄탄한 연기력과 개성을 갖춘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은 팽팽한 긴장감과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작품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은 “‘한국에 갑자기 이런 재난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라며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목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1년 동양대 박해천 교수가 쓴 동명의 인문교양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따 왔다. 엄 감독은 “한국에서 아파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이고 행복한 공간을 상징하는데, 두 단어가 붙은 게 아이러니하고 재미있었다. 이보다 더 이 영화에 적합한 제목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영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이 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깬다. 한국사회에서 단순히 보금자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생존 본능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그려내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점점 변해가는 사람들의 얼굴까지 보고 있자면 스릴러를 품은 블랙코미디라고도 볼 수도 있다. 

최근 한국영화의 위기를 자주 이야기들 한다. 올여름 한국영화는 작년에 비해 오히려 더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적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에 든 한국영화는 ‘범죄도시3’와 ‘밀수’ 두 편뿐이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언론시사회에서도 감독들에게 비슷한 질문들이 던져진다. 한국영화가 되살아날 방법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콘텐츠가 늘어나고 쏠림 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들도 결국엔 ‘참신하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특히 티켓값 상승으로 선택이 더욱 신중해진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관객들은 잘 만들어진 작품, 입소문 난 작품에 자연스레 발길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2023년 8월 재난드라마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거는 기대가 그래서 남다르다. 이 영화는 여름에는 역시 가볍고 경쾌한 영화가 대세라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흥행할 수 있을까. 영화 관계자는 아니지만 조용히 응원을 보내본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