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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나는 삶] 남자들도 요리를 하면 좋은 몇 가지 이유

자료사진 ⓒ기타

최근 나는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 ‘남자들의 부엌’을 진행했다. 나는 가톨릭교회의 수도자이며 사제이니,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만드는지 알려주려고 요리교실을 운영한 것이 아니다. 나는 요리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아니, 이를 활용하도록 가르쳐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요리교실에는 학습 과정이 있다. ‘요리 배우기-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로 해주기-그 느낌을 성찰하기-해당 경험을 함께 나누기-다시 새로운 요리 배우기’라는 과정이다.

꿀잠에서는 2인1조 세 팀을 모집해 매 2주마다 4회 수업을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요리 배우고 실습 하고 느낌까지 잘 정리해 경험을 나누어 주었다. 그 중 현재 혼자 살고 있는 70대 초반 참가자의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는 허리 통증으로 인하여 거동이 불편했다. 설상가상 한동안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요리교실에 나오기 전 1년여 간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었다. 약을 복용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지냈다.

그렇지만 ‘남자들의 부엌’ 프로그램에 오면서 다른 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얻었다. 또 숙제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요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지지받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배운 요리를 자신이 나가는 사무실의 좁은 주방에서 만들었고, 이후 동료들과 아래층 지인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었다.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맛있다고 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칭찬했다고 한다. 그들의 고마워하는 모습에 그는 모처럼 사회적 자존감이 느껴져 참 좋았다고 했다. 이런 내면의 나눔은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다른 가족들도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음식을 맛있다며 칭찬해주었다
그는 그들의 모습에서 고마움을 느꼈다
이 고마움의 감정은 매우 영적인 감정이다
이런 고마움을 느끼면 느낄수록
서로의 관계는 가까워진다


그런 그가 최근 손녀의 생일상을 직접 차린 경험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는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의 생일상을 직접 차리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큰딸, 작은딸 내외와 손녀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작은딸이 접이식 간이식탁과 팔걸이 플라스틱 의자를 주문 해주어 식탁을 꾸몄다. 그리고 ‘남자들의 부엌’에서 배운 까르보나라 파스타와 샐러드를 만들어 대접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음식이 가족들을 기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특히 손녀의 평가를 듣고 싶었다고 한다. 손녀는 자신의 그릇에 담긴 파스타를 싹 비웠고 ‘매우 맛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외 가족들도 이 참가자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했다. 그는 그들의 모습에서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 ‘고마움’의 감정은 매우 영적인 것이다. 이런 고마움을 느끼면 느낄수록 서로의 관계는 가까워진다. 오랜만에 손녀를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모여 사는 얘기와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점심 식사 자리였는데 거의 저녁 무렵에 끝이 났다. 작고 좁은 공간이 장시간 행복한 나눔과 웃음꽃이 피어나는 공간이 되었다. 그 나눔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이 참가자의 가족들은 다음 가족 모임도 각자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 부친의 집에서 하는 것으로 정했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진행한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인 ‘남자들의 부엌’ ⓒ꿀잠

그의 성찰은 더 이어졌다. 그가 아이들을 키우던 때가 직장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회사를 상대로 싸우던 시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가정의 생계나 자녀 보육을 등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보던 아빠였고, 집에는 경찰이 찾아와 종종 소란이 일었다. 아이들이 아빠라는 존재를 거부하고 싶을 정도였을 것이라고 이 참가자는 생각했다. 그래서 부녀지간에 거리감이 생겼다. 그는 항상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차츰 응어리가 풀렸는데, 이번 ‘손녀 생일상 사건’으로 부녀 사이의 마음의 응어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가치와
‘노동조합’·‘사회정의’라는 가치는
인간 존재 조건에 관한 문제이기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긴장’ 속에서 함께 유지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각자 성찰한 것을 나누며 서로의 삶의 깊이를 전해 주었다. 그들은 ‘남자들의 부엌'에서 배운 요리로 가족들과의 나눔의 기회를 만들고 친밀함을 만들었다. 관계는 정서 교류, 즉 감정 교류를 통해 더 깊어진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강함과 같은 능력 때문에 친밀한 관계가 맺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밀함은 자신의 취약함을 나눌 때 비로소 형성되고 깊어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면, 또 사랑을 받고 싶다면 충분히 약해져야 한다. 이 역시 정서 교류다. 그래서 나는 남성들이 관계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예민하게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요리교실을 진행했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랐다.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노동조합 활동’, ‘사회정의’, 또 그 정의를 위한 투신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가족’의 가치와 관계성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가족’이라는 가치와 관계성을 잊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노동조합, 사회정의라는 가치는 가족이라는 가치를 위해 중요하다. 또 반대로 이런 가치가 올바로 존재해야 가족의 가치도 올바로 유지된다.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아마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가치와 ‘노동조합’·‘사회정의’라는 가치는 인간 존재 조건에 관한 문제이기에,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창조적 긴장’ 속에서 함께 가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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