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준비와 운영으로 논란을 빚어온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결국 7일로 사실상 중단됐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오후 공지를 내고 "오늘 오전 한국 정부로부터 태풍 '카눈'의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모든 잼버리 참가자들이 새만금에서 조기 퇴영할 계획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만금에서 퇴영하는 잼버리 대원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해 남은 일정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폭염이나 태풍은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폭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많은 비와 바람에 대비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이번에 조기 퇴영이 결정된 건 잼버리 야영장이 애초 농업용지로 조성되어 큰 비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대회 초기 큰 문제가 되었던 폭염에 대한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했지만 대회 조직위와 정부는 상관하지 않았다.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시시콜콜한 지시까지 내면서 수습하려 했는데도 결국 대회는 중단되고 말았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과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조기 퇴영과 수도권 이동 등은 이해할 만한 조치다. 기왕 한국을 찾은 대원들에게 출국 전까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큰 기대를 받고 있는 K팝 콘서트나 종교계와 기업, 지방정부까지 나서서 제공하고 있는 대체 프로그램들도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우리의 준비 부족으로 잼버리 대회가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각국 대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나아가게 된 데는 명확한 컨트롤 타워 없이 중구난방 식으로 대회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물론이고 집행을 맡은 전북도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상황이 악화되어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잼버리가 끝나고 나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더 나은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야하는지에 대해서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여야의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도 그만둬야 한다. 이런 류의 대형 국제행사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무조건 열고 보자'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올림픽을 개최하던 198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규모 국제행사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대형 행사를 계기로 성장을 추진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지금 유치전이 한창인 부산세계박람회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