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오염수 투기 공범 되고 싶지 않다” 미처 몰랐던 일본인들의 외침

[방일단 후기] 한일 시민연대 이제 시작, 연결되면 더 큰 힘 낼 것

3박4일 방일단의 첫 일정이었던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시민단체, 노동조합, 정당 등과의 간담회 ⓒ진보당 제공

7월 29일부터 8월 1일 ‘핵오염수 투기 저지 한일시민연대’ 차원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방일단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에서 주최해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당, 정의당, 전국어민회총연맹,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한국진보연대 등에서 총 26명이 함께했다. 일본의 반핵평화단체인 ‘포럼 평화인권환경’에서 안내와 간담회, 통역 등을 맡아주어 깊은 논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양국의 시민사회가 정당, 노동조합 등까지 포괄한 이번 방일은 오염수 투기 저지 활동 중 가장 폭넓고 규모 있는 연대 활동이었다.

후쿠시마 어민‧주민들은 도쿄전력과 교섭 중

표현은 교섭이지만 사실상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일방적인 설득 작전에 격렬히 항의하는 과정이다. 후쿠시마의 사정은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노동조합, 정당과의 간담회를 통해서 그리고 후쿠시마에서 열린 ‘원수폭(원자‧수소 폭탄) 금지 세계대회’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후쿠시마에서는 7단체(노동조합, 정당 등) 공동행동,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항만노동조합과 입헌민주당, 사민당 등의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 도쿄전력에 대항하고 있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주민과 소통하며 도쿄전력과 교섭을 계속 하고 있다. 교섭의 핵심 내용은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도쿄전력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 약속은 2015년 도쿄전력이 어민연합회 등 후쿠시마 어민과 주민에게 구두는 물론 문서로도 남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어민 동의 없이 방류를 결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많다. 어민 단체 등에서는 꾸준히 투기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다. 후쿠시마 어민들은 ‘바다를 망치는 파렴치한 짓에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우리는 오염수 투기 공범이 되고 싶지 않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도쿄전력은 대안에는 귀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자꾸 이해해달라고만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어민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에도 ‘약속을 어기고’ 방류를 강행한다면, 일본 내 여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3박4일 방일단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와 기시다 총리 관저 앞 항의행동 및 기자회견 ⓒ진보당 제공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들어보니 더욱 궁색한 기시다 정부의 계획

‘설명이 불충분하다’ 어쩌면 가장 완곡한 표현이지만 이만큼 꼭 맞는 표현도 없는 듯하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도쿄전력의 설명 부족이 오염수 투기 반대의 주요한 논거 중 하나다. 당장 올 여름에 해양투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오염수 저장 탱크가 아직 비어 있다는 점이다. 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원자로 건물에 계속 지하수가 흘러 들어가고 또 빗물 등 추가적인 요인으로 매일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애초 올해 5월이면 오염수 저장 탱크가 다 찬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8월, 오염수 탱크에는 여전히 여유가 있다. 그 이유는 하루 오염수 발생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탱크의 여유가 있는 만큼 올 여름에 꼭 해양투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고체화 등의 방법도 고려해야 하지만, 화학적 방법을 쓰지 않아도 후쿠시마 제 2원전(원전 사고 부지로부터 10km 정도 거리에 있음)이 폐로됐기 때문에 해당부지에 탱크를 증설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오염수 저장 탱크가 다 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양투기 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정부의 전제가 이미 무너진 상황이다. ‘올 여름’ 할 필요가 없는 건 물론이고, 시간이 생긴 만큼 더욱 안전한 대안을 논의해야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 아닌가.

두 번째는 해양투기가 가장 싼 방법이라는 것도 헛소리라는 점이다. 후쿠시마 주민이든 어민이든 노동자든 정치인이든 ‘가장 싼 방법도 아닌데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2016년 일본정부는 해양투기로 오염수 처리 방안의 가닥을 잡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보고서에서 해양투기가 34억엔으로 가장 싸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지금 해양투기가 되기 전에 발생하는 ‘소문 피해’에 대해서 보상액만 300억엔을 쓰겠다고 일본 정부에서 발표했다. 해양터널 공사를 비롯해 시설 유지보수 비용도 뺀 채로 최대한 적게 추산한 34억엔이라는 금액도 문제지만, 그 10배가 되는 예산을 추가로 산정한 상황이니 이게 어떻게 가장 싼 방법일 수 있냐는 것이다. 해양투기의 특성상 어민들의 피해는 지속될 테니 예산을 계속 투여하게 될 것이다. 해양투기로 발생하는 전체 비용으로 따져보면, 가장 비싼 처리 방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3박4일 방일단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와 기시다 총리 관저 앞 항의행동 및 기자회견 ⓒ진보당 제공

한일시민 뜻 같다는 것 확인, 터놓고 이야기하니 막막함 사라지고 희망 생겨

지금까지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했지만, 사실 이번 만남의 가장 큰 성과는 뜻이 같다는 유대감과 한일시민연대로 핵오염수 투기 저지를 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은 점이었다.

간담회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국민 80%가 반대하고 있다, 해양투기가 아니라 더 안전한 대안을 살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건네며 핵오염수 투기 저지의 마음이 온전히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양국이 싸우고 있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서명과 집회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교섭의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론을 통해서는 잘 전달되지 않으니 오염수 투기로 불안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일본 사람들도 조용히 있는데 우리만 너무 앞서나가는 건가 싶은 우려도 있었다는 걸 솔직히 전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도쿄전력과 교섭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기시다 정부에서 오염수 투기가 안전하다고 광고를 하고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는 점 등을 있는 그대로 전해줬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의견을 내주는 게 큰 힘이 된다고도 말씀해주셨다. 방일단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도쿄에서 경제산업성과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항의행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방일단에 일본 참가자까지 5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함께했다. 마지막 일정을 하며 돌아보니 간담회로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하고 어색한 기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3박4일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번 연대로 조심스러움을 넘어서 함께한다는 든든함이 생겼다. 양국시민연대가 이제야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12일 범국민대회가 있고, 일본에서도 일본 추석 휴가가 마무리되는 15일, 또는 해수욕 마무리 시점인 20일 전후로 기시다 정부의 발표가 예상돼 이에 맞춰 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해양투기가 결정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자고, 한일시민연대를 더 만들어가자고 약속을 나눴다. 각국의 정부에 각자 항의하던 때와 한일 시민이 공동으로 행동하는 때의 위력을 다를 것이다. 우리는 전과 다르게 이번 8월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응하기로 했다. 아직 할 수 있고 더 해낼 수 있다. 핵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한 싸움은 이제야 시작이다.

*필자주
2023년 원수폭 금지 후쿠시마 대회 기조강연에서 설명. 연사는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인 반 히데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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