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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폭염 시기, 더위로 인한 병 치료만큼 중요한 것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성동구 인근에 설치된 전광판 온도계가 39도를 나타내고 있다. 2021.07.23 ⓒ김철수 기자

유난히 길고 고통스러운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더운 날씨도 날씨지만, 무더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소식이 우리를 더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듯 합니다.

과거에도 여름은 고통스러운 계절이었습니다. 에어컨과 냉장고 없이 여름을 보내야 한다니,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대표적 한의학 서적 [동의보감]에서도 더운 여름에 겪는 다양한 질환을 '서병(暑病)'으로 구분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서병(暑病)'은 하지(24절기 중 하루로,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양력 6월 21일 무렵) 이후에 앓는 열병을 의미합니다. 더위로 인한 질환인데 답답해 숨을 헐떡이며 목이 메이고 갈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 머리가 아프면서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어 이런 증상을 막기 위한 약으로 '생맥산(生脈散)'이라는 처방을 소개합니다. '생맥산'은 이름 그대로 맥(脈)을 살려주는(生) 처방입니다. 인삼, 맥문동, 오미자 딱 3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처방입니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를 먹어 기운이 없을 때 쉽게 복용할 수 있는 한약입니다.

물론 좋은 약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아무때나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평소 열이 많은 체질의 분이거나, 자주 체하고 대변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라면 '제호탕(醍醐湯)'과 같은 서병을 치료하는 다른 한약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제호탕'은 매실, 초과(草果), 사인, 백단향이 들어가는 한약으로 여름철에 속이 불편할 경우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찬 음식을 먹어 속이 불편하다면, 생맥산보다는 제호탕이 더 적당한 처방이겠습니다.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제공 : 뉴스1

어떤 병을 낫게 할 훌륭하고 효과적인 처방이 있더라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만은 못합니다. 병을 치료하려고 하기보단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인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병을 예방하지는 못할 망정, 병이 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더운 날 전 세계에서 한국을 찾아 와 변변한 그늘도 없는 광활한 새만금 갯벌에서 ‘학대’ 아닌 ‘학대’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 냉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 치솟는 전기 요금이 무서워 있는 냉방시설도 사용하지 못하는 서민들까지.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부랴부랴 해결하는 사회적 폐습(弊習)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막막한 요즘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더위도 물러가고 가을이 오겠지요. 오늘이 바로 여름이 저물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날 '입추'(立秋) 입니다. 모쪼록 선선해질때까지 몸과 마음 모두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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