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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23년, 록 페스티벌의 판도가 바뀌다

2023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여러모로 남달랐다. 예전에는 여름 록 페스티벌을 하면, 사전에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라인업을 두고 말이 정말 많았다. 누가 오고, 오지 않는다고. 그래서 좋거나 실망이라는 의견이 들끓었다.

특히 해외 라인업에 대한 평가가 줄을 이었다. 해마다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 정도의 뮤지션이 와야 겨우 만족할 듯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올해엔 라인업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사실 올해 펜타포트의 라인업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로맨틱 펀치, 마이앤트 메리, 김윤하, 장기하, 메써드, 검정치마, 이디오테잎, 체리필터, 새소년, 김창완밴드 같은 팀들은 펜타포트를 비롯한 록 페스티벌의 터줏대감 같은 이들이었다. 올해는 코토바, 정우, 보수동쿨러, 박소은, 설, 이승윤, 250, 너드커넥션, 권진아, 카더가든 같은 이름이 더해졌는데, 이들은 지금 펜타포트 무대에 서야 할 실력 있는 뮤지션이었다. 

해외 라인업은 딱히 새롭진 않았다. 엘르가든과 더 스트록스는 이미 한국에 왔던 이들이었고, 지금 전성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올해 라인업은 해외 뮤지션의 비중이 낮았는데 아쉬워하거나 투덜대는 반응이 드물었다.

2023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실리카겔 공연 모습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그런데도 관객은 페스티벌 첫날인 금요일부터 미어터질 만큼 몰려왔다. 이틀째인 토요일 오후 실리카겔-이승윤-검정치마로 이어지는 메인무대가 열린 KB국민카드 스타숍 스테이지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관객 수만 많은 게 아니었다. 올해 펜타포트에는 유독 젊은 관객들이 많았다. 예전에 펜타포트 등등의 여름 페스티벌에서 만나곤 했던 40~50대 지인 관객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관객 상당수는 20대였다. 올해처럼 20대 관객 비중이 높은 펜타포트는 드물었다.

지난해 펜타포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페스티벌이라서인지 모처럼 관객들이 많이 몰려왔고, 어느 때보다 열띤 반응이 넘쳐났다. 올해엔 작년보다 많은 관객 수와 높은 젊은 관객 비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일이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그들 중 예전 펜타포트나 지산밸리록페스티벌 같은 여름 록 페스티벌에 늘상 함께 했던 음악 마니아는 많지 않아보였다. 물론 실리카겔, 이승윤, 검정치마의 팬들이 몰려왔을 수 있지만, 그 팬들의 숫자만으로 토요일 일일권 티켓 수 만 장을 매진시켰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2023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OTOBOKE BEAVER 공연 모습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록 페스티벌의 관객들이 바뀌었다고 봐야 했다. 여름이면 늘상 록 페스티벌에 몰려왔던 이들 중에 다시 펜타포트를 찾은 이들이 있더라도,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펜타포트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들이 펜타포트를 찾은 거였다.

왜일까? 펜타포트의 경험, 록 페스티벌의 추억이 없는 이들이 왜 이 더운 여름날 땡볕과 흙먼지의 멀고 먼 인천 끝 펜타포트를 찾았을까. 누군가는 어느새 많았던 여름 페스티벌이 다 사라지고 펜타포트 하나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 펜타포트의 경쟁자는 자신 뿐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름 록 페스티벌의 경험이 없었던 이들까지 펜타포트로 몰려들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대와 열망이 있어야 한다. 그 기대와 열망을 알려주고 부추길 기회가 있어야 한다.

듣자하니 올해 대중음악 페스티벌들은 다들 잘 되었다 한다. 피크 뮤직 페스티벌과 서울재즈페스티벌은 티켓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 한다. 일렉트로닉 페스티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으니 다들 신나게 놀고 싶었던 걸까. 친구와 함께 몰려가 음악을 들으며 먹고 마시고 날뛰고 싶었던 걸까. 그 순간을 체험하기 위해 음악 페스티벌로 향하는 흐름이 생긴 걸까. 사람의 욕망과 유행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럴 수 있었다면 세상에 실패하는 상품이 없고, 망하는 축제도 없을 것이다.

2023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분명한 것은 펜타포트를 즐기는 새로운 관객,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펜타포트는 와보지 않아 모르고, 록 음악 또한 잘 모르지만 기꺼이 펜타포트에 오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여름을 즐기는 방식, 음악을 즐기는 방식으로 펜타포트를 선택한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펜타포트를 즐겼다. 예전 펜타포트의 록 마니아들처럼 슬램을 하고 기차놀이를 하거나 깃발을 흔들었다.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기도 했다. 떼창도 물론이었다. 유명한 뮤지션의 공연만 골라보진 않았다. 예년 같으면 훨씬 적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을, 낯선 헤비메탈 밴드 메써드의 오후 3시 공연에도 수많은 젊은 관객들이 귀 기울이고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느꼈을 것이다. 덥고 먼지 날려도 록 페스티벌은 재미있다는 것을, 모르는 뮤지션의 공연에 귀 기울이는 일도 재밌고, 아는 노래를 라이브로 따라 함께 부르면 황홀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세상에는 근사한 음악들이 많고, 친구들과 텐트를 치고 머물거나 근처에 숙소를 놀면 신난다는 것을. 여름에는 페스티벌에 가서 그 순간을 만끽하는 일이 최고라는 것을.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몇해 전에는 록 페스티벌의 시대는 끝났나보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펜타포트가 잘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다시 묻게 된다.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라인업과 해외 뮤지션 헤드라이너가 아닌 것일까. 오래 계속 버티면서 페스티벌만의 경험을 전해주는 장이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올해 펜타포트는 다른 관객들의 존재로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

2023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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