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학교가 더이상 ‘위험 작업장’이 되지 않으려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교사들의 건강,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년 간 스스로 세상을 등진 교사가 10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 그럼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교육당국의 무방비가 충격적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수십 년 전엔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체벌하는 교사는 있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의 괴롭힘에 고통받는 교사는 없었던 것 같다. 이후 내 자녀들이 학교를 다닐 때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체벌이 제한됐고 아이들의 자율성은 높아졌다. 그래서 한국이 정상 사회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폭력의 방향만 거꾸로 되었을 뿐, 현재도 학교는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는 장소였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지난 18일 이 학교에서 재직하던 담임 교사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2023.07.21. ⓒ뉴시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 법적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창구 일원화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 ‘아동학대처벌법’에 교사 면책권 부여 ▲ ‘초중등교육법’에 정당한 교육활동 범위 명시, 학습권 침해 학생에 대해 학교장에게 ‘등교정지’ 권한 부여 ▲ ‘교원지위법’에 교육활동 침해 학생과 교사 즉시 분리 포함 ▲ 소송비 지원 절차 간소화 ▲조례 제정으로 교육활동 범위 확대 ▲ ‘교사 면담 사전예약시스템’ 및 챗봇 도입과 교사별 녹음 전화기 보급 등 체계 구축 등이다. 

이 내용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에서 정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만약 이 법을 지키려고 했다면,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2018년부터 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간 지키지 않고 있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 이제서야 법을 지키겠다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또 서울시교육청만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다른 시·도교육청은 무슨 생각일까. 부산시교육청은 변호인단만 수십 명 구성해 놨고, 경기도교육청은 숨진 교사의 명복만 빌고 있다. 교육부는 뜬금없이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하는 황당한 대응을 하는 중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방안은 신속한 법령 개정 요구, 법정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구축,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우선적으로 담았다. 2023.08.02. ⓒ뉴시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서울시교육청의 보호 대상이 ‘교원’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아쉽다. ‘직원’이 빠져 있다. 교원 보호에 나서며 같은 피해를 입는 직원들까지 챙길 수는 없었을까. 직원의 절대 다수는 비정규직(공무직 또는 공무직도 아닌) 노동자들이다.

영양사, 사서, 특수교육 종일반 강사, 특수교육 서비스 지원가, 생활인권 전문상담사, 위(Wee)센터 임상심리사, 위센터 사회복지사 등이 1유형 공무직이다. 조리사, 행정실무사, 안내원, 운전원, 시설관리원 등은 2유형 공무직이다. 또 공무직도 아닌 운동부 지도자, 각종 강사 등도 있다. 50여 개 이상의 분화된 직종이 있다. 

현재 교육공무직은 약 17만 명에 달하고, 방과후강사 등은 약 16만 명이다. 어느덧 학교 비정규직이 전체 교직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학교다. 

이들 중 다수는 학생을 대면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폭력과 괴롭힘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학생 심리상담을 담당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가족에게 사회복지시스템을 연계해주는 사회복지사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학생·학부모로부터 괴롭힘·소송을 당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실태가 이러니 이참에 감정노동자 보호 규제를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 새로 도입될 교사 보호 제도 내용이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식으로 구성되어서도 안 된다.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9 ⓒ뉴스1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갈등 상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의 법적 대응 시스템이 잘 마련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 학교 책임자들이 권한을 가지고 문제에 개입하게 해야 한다. 학생·학부모와 일선 교사 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학교 책임자들이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한다. 

감정노동자 보호규제에서도 노동자가 악성 고객의 폭력에 노출될 경우 관리자(또는 사업주)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도록 하고 있다. 책임자가 나서서 심각한 상황에 개입하게 되면, 갈등의 온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사회적으로 학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학교 급식에서 시작해 심리 상담, 방과 후 교실 등이 도입된 것은 모두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앞으론 어떤 사회적 요구가 있을지, 그에 따라 어떤 직종의 노동자들이 학교에서 일하게 될 지 예상하기 어렵다. 

또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양극화된 삶을 살아가는 학생과 학부모 각각의 고충은 더 커질 것이다. 그들의 높아진 스트레스가 교육과 돌봄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학교가 ‘위험한 작업장’이 되지 않도록, 전면적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책과 같은 것들이 법제화 돼 모든 학교 종사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문상담사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2021.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교육복지사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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