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잼버리 졸속대응에 국민들 “분통 터진다”

정부는 북상하는 태풍 카눈을 이유로 8일 오전부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을 전국으로 분산시켰다. 새만금대회는 종료된 셈이다. 태풍 상륙보다 하루 퇴영을 서두른 것은 시설 미비와 운영 미숙으로 비판이 계속되자 미리 행사장을 비웠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의 조기퇴영자들 외에 추가로 3만 6천여명의 참가자가 갑작스레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숙소 배정과 프로그램 운영 등에서 문제가 새로 드러났다.

충남홍성 혜전대학교 기숙사에 배정된 예멘 참가자 175명은 애초 입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락처 하나 받지 못한 채 저녁을 먹이자고 출장뷔페를 부르고 기다리던 홍성군과 혜전대 관계자들은 심야에 이 소식을 접했다. 시리아 참가자 80명을 맡은 경기도 고양시 NH인재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북 진안공고에 묵을 예정이던 이집트 대원 120명은 군산으로 잘못 이송돼 호원대서 묵게 됐다고 한다. 역시 맞을 준비를 한 이들은 허탈해졌다. 전국의 공무원들에게는 업무 폭탄이 떨어졌다. 전국공무원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시설이 지저분하다는 지적에 공무원에게 시설 보수와 화장실 청소 등을 맡겼다”면서 “참가자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도 하루 만에 숙박과 식사 해결은 물론 체험 프로그램까지 짜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K팝 콘서트로 반전을 이루겠다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그러나 11일로 예정된 콘서트 장소를 구단, 축구협회와 협의도 없이 경기가 예정됐던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결정해 축구계의 원성을 사고는 하루도 안 돼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했다. 정부에서 찍으면 내놓으라는 태도다. 태풍으로 인한 강풍과 폭우가 우려되지만 상암경기장에서는 잔디를 일부 들어내고 무대를 조립하느라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여당에선 멤버 일부가 군대 간 BTS를 공연에 올리라는 갑질 발언이 나왔다. 성난 팬들로 인해 BTS는 열외가 됐지만, 동원 가능한 K팝 그룹은 총집합하는 모양새다. 콘서트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1천명을 동원한다는 것도 ‘놀라운’ 발상이다. 그들은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인데 금요일 퇴근 후에 와서 일을 하라고 정부가 강요하고 있다.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인력을 구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돈이 아까운지, 공공기관 직원을 ‘공노비’로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전두환 시절이 아니다. 장소도, 지원인력도, 출연진도 주먹구구인 K팝 콘서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격이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는 김현숙 장관의 황당 발언이 나온 언론 브리핑도 창피하긴 마찬가지다. 대회 특성상 언론과 국민이 현장에 접근하거나 상황을 알기 어려운데 브리핑에 나선 장관마다 아는 것도 없고, 소신도 없어 ‘오락가락하는 브리핑을 왜 하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중앙과 지방정부가 돌봐야 할 국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은 수해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터에 다가오는 태풍이 큰 걱정이다. 그런데 잼버리의 사후 대처에 온 나라가 매달린 꼴이다. 정부여당의 주장을 다 받아들여 전 정권과 전라북도의 준비가 부실했다고 치자. 적어도 대통령이 현장을 다녀오고 국무총리가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책임진다’고 선언한 이후엔 달라야 할 것 아닌가. 큰소리는 치지만 손대는 일마다 무능에 졸속이니 국민들 안에서 “분통 터진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것이다. 현장의 공무원, 자원봉사자, 지원인력은 땀 흘렸지만 대회 운영을 기획, 지휘하는 정부의 무능력에 퇴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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