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사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근무 중 크게 다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낮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반죽을 들어올리는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이틀 만에 끝내 숨졌다. 당시 작업은 2인 1조로 이뤄졌으나 리프트 기계 위쪽에서 일하던 동료 노동자가 아래쪽 노동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키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 샤니 제빵공장의 끼임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23일 40대 노동자가 불량품을 빼내던 중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났고, 올해 7월 12일에도 제품 검수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같은 공장에서 급기야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SPC 계열사로 그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15일 SPC의 또 다른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배합기에 상반신이 거꾸로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작업은 내용물이 잘 섞이지 않으면 직접 손을 넣어 내용물을 건져내야 하는 위험 요인이 있어 매뉴얼 상으로 2인 1조로 하게 돼 있었지만, 숨진 노동자는 작업에 홀로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기본적인 작업 안전 수칙조차 도외시한 채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하다 발생한 ‘인재’였던 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죽음으로 만든 빵을 거부한다”며 SPC 계열사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고, 결국 허영인 SPC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SPC는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사과와 재방방지 약속은 헛된 구호에 불과했다. 그 직후에도 SPC 계열사에서 3건의 산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SPC 계열사에서 동일한 유형의 끼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나 우연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등한시하고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는 SPC의 기업 경영 방식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돈을 들여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추가적인 매뉴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윤만 앞세우는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의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없다면 현장에선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SPC가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 표면적인 사과와 대책 발표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피로 물든 빵’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퇴출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산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주에 대해 엄중하고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허 회장이 사과한 계기가 된 지난해 평택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은 올해 초 강동석 SPL 대표이사와 법인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아직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즉, 노동자가 죽은 지 1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측에서는 처벌은커녕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으면 사고는 계속 반복되기 마련이다. 이번에야 말로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했는지 등을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