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림으로 세상읽기] 더위와 싸우는 노동자들

요즘 날씨를 묘사할 때 ‘극한’과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집중호우가 혼을 빼놓고 이어지는 폭염이 몸마저 무너뜨리니,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실감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이럴 때 늘 걱정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온몸으로 더위와 맞선 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19세기 후반, 철강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그린 독일 화가 아돌프 멘젤의 작품에는 당시 열악했던 노동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철 압연기 The Iron Rolling Mill 1875 oil on canvas 158cm x 254cm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40명 이상의 노동자가 용광로 주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그림이 그려질 당시에는 프러시아의 영토였지만 지금은 폴란드 영토인 초르조프의 철 압연 공장입니다. 근처에서 유연탄이 발견되며 일대에 제철 관련 공장들이 들어섰는데, 이 공장이 그 가운데 한 곳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철도에 쓸 레일을 만드는 중입니다. 뜨거운 열기와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음, 그리고 거친 숨소리가 화면에 가득합니다.

산업혁명이 절정에 달하면서 인간의 기술은 급속도로 진보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적잖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화가 아돌프 멘젤은 이에 관심을 가졌고, 그렇게 그린 이 작품은 발표 당시 너무나 생생한 묘사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하는 노동자들, 그림 ‘철 압연기’ 가운데 일부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용광로에 가깝게 서서 철을 다루는 사람들은 불똥이 튀면 상처를 입을 것 같은데 맨발에 나막신 차림입니다. 뜨거운 쇠에게 엄청난 열기가 쏟아질테지만, 손에는 보호장갑도 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 의식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아돌프 멘젤이 그린 100여 점의 스케치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모든 자세는 당시 압연 공정에 따라 묘사되었습니다. 주변의 설비도 정확하게 그려져 있는데 회화 기법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최종 완성된 작품은 멘젤의 화실에서 모델들을 그린 것이지만 말이지요.

지친 노동자들, 그림 ‘철 압연기’ 가운데 일부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그림 오른쪽 아래에는 작업장 구석에서 지친 노동자들이 허겁지겁 배달된 음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의 편한 휴식도 보장되지 않는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입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음식을 배달한 젊은 여인만이 유일하게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입을 꼭 다물고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엔 날이 서 있습니다.

일을 마친 노동자들, 그림 ‘철 압연기’ 가운데 일부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작품 왼쪽에는 교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노동자들이 보입니다. 고단한 일과에 몸도 마음도 지친 그들이 씻을 장소도 현장 한구석입니다. 당시 이 공장에는 3천 명 정도가 일했다고 합니다.

공장 내부를 보면 일부 설비는 사람의 힘으로 작동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윗부분에 커다란 휠이 보이는데 그 앞에 있는 노동자는 물건을 들어 옮기는 호이스트를 손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 필요한 이들의 또 다른 전쟁터입니다.

일하는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관리자, 그림 ‘철 압연기’ 가운데 일부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그림 왼편 뒤엔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채 뒷짐을 지고 공장의 지붕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현장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단 한 사람입니다. 이 작품을 그린 아돌프 멘젤은 그를 ‘관리자’라고 말했는데, 설비를 살피는 모습입니다. 멘젤의 관찰력과 묘사가 돋보입니다.

이 작품에는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가 담겨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멘젤의 마음이 더 느껴지는 작품 같습니다. 사람들이 폭염과 태풍, 그 어느 것에도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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