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에 앞서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08.11. ⓒ뉴시스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초동 수사를 총괄하다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다.
박정훈 대령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2일 "전날 수사단장은 위법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대한 '정당방위'를 주장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의 기관은 바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8월 14일 국방부 검찰단에 정식으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것과 관련해 상부에 항명했다는 혐의로 박 대령을 보직해임했고, 이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박 대령은 11일 입장문을 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이라며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의 국방부 검찰단 조사 거부가 "정당방위"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 관련 수사와 관련해 △ 헌법 △ 군사법원법 △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 △ 군 수사절차상 인권보호 등에 관한 훈령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박 대령이 "군 검찰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에 따라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사건 수사와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군검찰의 공정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것이다. 이 기구는 군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와 재청구 여부, 수사 적정·적법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5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토록 돼 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 사건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에서 지칭하는 "군 검찰 수사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큰 사건"이며, "많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 건 수사를 "국방부 검찰단이 아닌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진행하여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이어 국방부장관에게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국방부 검찰단장에게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한점 부끄럼이 없다면 많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이 사건에 대해 서면으로 먼저 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재 박 대령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초동 수사를 마무리 한 뒤 국방부 장관의 결제를 받고 경찰로 이첩하려 했는데, 갑자기 다른 윗선인 국방부 법무관리관, 국방부 차관 등이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며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 보고에는 해병대 1사단장과 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윗선에서는 이를 대대장 이하 관계자 5명으로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이에 응하지 않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려 했기 때문에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받게 되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