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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경련의 변신을 믿을 수 없는 이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임시총회에서 류진 풍산 회장을 새 수장으로 추대하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한다고 발표했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경제 씽크탱크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변신 선언은 사실상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 개혁의 핵심 과제는 회장을 누가 맡느냐, 혹은 단체 이름을 무엇으로 정하느냐가 아니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태 때 K스포츠와 미르재단 후원금 모금으로 논란을 빚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에 몰래 돈을 지원해 관제 데모를 부추겼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런 원죄를 씻어낼 수 있느냐가 전경련 개혁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뤄진 전경련의 간판 변경을 주도한 이는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었다. 김 대행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윤 정권 핵심인사로 평가받는 그가 어떻게 전경련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다는 말인가?

전경련이 이번에 통합한다는 산하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은 청와대 개방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 “청와대를 개방하면 약 2,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전경련이 재계의 씽크탱크가 아니라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전경련이 권력과 유착하려는 징조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은 3월 일본 재계단체인 경단련과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창설을 주도했다. 현 정부가 보이는 친일 행보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전경련의 변신 과정이 정권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면 전경련이 정경유착이라는 뿌리 깊은 폐해를 극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전경련에게 필요한 것은 간판 바꿔달기가 아니다. 역사에 지은 죄를 반성하고 조직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 그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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