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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외교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번 정상회의는 다자간 회의에서 잠깐씩 시간을 내어 현안을 논의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설명대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처음 단독으로 개최된다. 회담장소도 워싱턴DC가 아닌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다. 한일 양국간 현안 문제를 거칠게 묵살하고, 형식적인 관계개선이 이루어지자 이제 한미일 관계에서 더 커다란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밝힌 주요 의제를 보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전 지구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의 적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되어 함께 맞서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이 주요 의제가 되는 이유다.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이 불편할 수 있는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차장은 이를 두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핵심골격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안 협력을 넘어 외교안보의 틀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노태우 정부 이래 실리를 앞세워 추구해 온 4강 외교의 틀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가치동맹’으로 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치권 내의 합의가 없음은 물론이고,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한 진지한 토론 한 번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냉전식 논리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정책이 계속된다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제어할 수단도 없다. 미국의 핵 잠수함을 부산항에 들여오는 식의 대응은 북한의 행위에 명분을 제공할 뿐이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을 치르고 있고, 대만해협과 말라카해협에서도 중국과 몸싸움 중이다. 관계개선 논의가 있다고 하지만 이란과의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 차장의 말처럼 “나토, 유럽연합 등과 연계해 글로벌 안보와 경제현안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우리 역시 이런 분쟁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지구촌 어디에서건 미국이 겪고 있는 갈등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외교가 아니라 그저 ‘미국 추종’에 불과하다. 5년 임기 대통령에게 40년 지속되어 온 외교정책의 기초를 무너뜨릴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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