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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폭염 때문에 걸리는 온열 질환, 어떻게 예방·치료할까

덥고 짜증나는 상태를 지나쳐, 인명을 앗아가는 원인이 된 폭염


기후 위기로 지구가 고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진행됐던 새민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개영식서 백 명의 참가자들이 탈진 증상을 호소했고, 이후에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열대야 주의’ 기상예보가 나왔던 것 같은데, 이제 에어컨을 켜지 않는 밤은 상상할 수조차 없어졌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폭염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는 이제 덥고 짜증나는 상태 정도가 아니다. 인명을 앗아가는 원인이 되었다. 더위는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위협할까. 흔히 '더위 먹었다'고 말을 하는데, 이는 온열질환에 걸렸다는 표현이다. 이런 온열질환엔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제공 : 뉴스1


온열질환에는 크게 일사병(日射病)과 열사병(熱射病)이 있다. 먼저, 일사병이란 한여름에 태양 직사광선을 오래 받으면 걸리는 병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오래 서 있거나 걷거나 일하면 걸릴 수 있다. 또 땀을 많이 흘리고 수액 보충을 하지 않았을 때 혈액의 양이 적어지며 생긴다. 

일사병에 걸리면 심부 체온이 37도에서 40도 사이까지 오르며, 어지럼, 구역감, 두통, 피로감 등을 호소한다. 이 경우 서늘한 곳에서 쉬면서 적당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면 금방 회복되는 편이다.

열사병은 과도하게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오랫 동안 작업, 운동 등을 하면 걸리게 된다. 이 경우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되면서 몸에 이상이 발생한다.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고열은 물론 의식 장애, 땀이 나지 않는 증상이 발생한다.

또 체온을 담당하는 중추신경계는 고열에 가장 약한 장기이다. 따라서 고열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혼란에 빠져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한다. 중추신경계가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면,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섬망을 보는 등 정신적인 계통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성동구 인근에 설치된 전광판 온도계가 39도를 나타내고 있다. 2021.07.23 ⓒ김철수 기자


이같은 온열질환은 어떻게 치료할까? 조선 후기 한의학 서적 방약합편(方藥合編)에서는 이같은 병의 여러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병(暑病)’이란 부분이 온열질환에 대한 내용인데, 중서(中暑), 상서(傷暑), 모서(冒暑), 복서(伏暑)으로 나누어 각 증상에 대해 설명한다. 각각 병의 깊고 얕음을 가려서 치료해야한다고 해설되어 있다.

또 중의 의학대사전에서는 온열질환에 대해 '열이 원기를 상하게 하여 피로감이 심하고, 호흡이 짧고, 말에 힘이 없고, 입이 건조하고, 목이 마르며, 땀이 그치지 않고, 안색이 어두울 때 진액이 고갈된 것을 다스려야한다'고 설명한다.

한의원에서 온열질환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대표적인 약으로 '생맥산'(生脈散)이 있다. 생맥산은 인삼, 맥문동, 오미자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처방이다. 오미자와 맥문동으론 진액을 보충하고 인삼으로 기력을 끌어올린다. 약재 3개로 이루어진 간단한 처방이지만 효과가 뛰어나다. 3가지 약재를 물에 달여 한 번 거른 뒤, 물대신 마시면 된다. 

또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더위를 식히고 기운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약재 창출, 황기, 인삼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소 여름을 타거나 더위를 먹은 사람들에게 쓰인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에서 열린 2023 이동노동자 생수나눔 캠페인을 마친 참가자가 어르신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2023.08.03 ⓒ민중의소리

일상에선 온열 질환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온열질환이 걸렸다 싶으면, 즉시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그리고 이온음료나 물을 섭취해서 땀으로 손실된 체액을 신속하게 보충하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 고열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빠르게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폭염은 이제 명백히 재난이 되었다. 기후위기 때문에 '오늘이 우리 생애 남은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나온다. 개인들은 고열 상황을 피하고, 온열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인류가 함께 사는 지구가 더 이상 더워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폭염은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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