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계 인사들에 대해서 ‘VIP(대통령) 격려 전화 대상’으로 분류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15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VIP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 문건에는 일간지 4곳에서 선정된 격려 대상 언론인과 그 사유가 적혀 있다.
그 사유라는 것이 공정한 보도를 했다거나 언론 발전을 위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을 해서 치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건에 쓰여 있는 내용은 ‘VIP 동정에 대한 기사를 부각했다’거나 ‘기획 기사 및 사설 보도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는 낯간지러운 사유뿐이다.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이었던 박보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는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었으나 대기자를 거치며 브이아이피의 국정 운영에 동조·지지로 성향 변화’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지난해 드러났던 ‘문제보도’ 문건도 있다. 문건에는 YTN이 3국 정상회담 관련 AFP·AP·BBC·NHK 등 외신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도했는데 조치결과 ‘10시 뉴스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고 기록되어 있다. 부당한 언론 통제를 했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MBC에 대해서는 ‘문제보도 사례’라는 별첨 문서로 20여 개의 사례를 잔뜩 적었다. 앵커 클로징 멘트를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으로 했다거나 다른 방송사는 단신으로 보도했는데 MBC는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따위의 내용이다. 문건의 보고자란에 이 후보자의 이름이 적혀 있음은 물론이다. 주관적이고 정파적인 기준으로 언론보도를 ‘격려 대상’ 혹은 ‘문제 보도’로 구분하고 당근과 채찍을 가하는 행위는 어느 모로 봐도 ‘언론 통제’ 그 자체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별보좌관 등 요직을 거치며 방송장악이라는 한국 언론사의 퇴행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 시기에 공영방송 사장을 강제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방송 파업이 일어났고, 대규모 언론인 해직 사태도 야기했다. 최근 공개된 ‘국정원 6.2지방선거 개입 문건’을 통해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이었던 2010년 비판적 언론인을 보도에서 배제하고 언론인을 사찰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18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사실은 청문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에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이나 배우자 의혹까지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열려도 지나치게 많은 의혹을 다 다룰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결격사유가 차고 넘치는 이 후보자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재앙이 될 것이다. 이 후보자의 결격사유는 단순히 개인적 비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다시 방송장악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다. 이 후보자의 임명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그때부터는 이 후보자가 내보였던 언론관이 그대로 대통령의 언론관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