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을 해촉했다. 내년 7월까지가 임기인데, 갑작스럽게 해촉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와는 별도의 기구이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로 설치된 독립적인 심의기구인 것이다. 위원장 등 상임위원의 신분도 공무원이 아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밀작전하듯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촉했다. 해촉의 근거는 지난 8월 10일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회계검사 결과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촉의 이유로 든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출·퇴근시간을 안 지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추진비를 부당사용했다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촉사유
그러나 출·퇴근시간을 안 지켰다는 것은 해촉사유로 궁색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공무원이 아니고, 그동안 복무관리에 관한 규정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규정을 갖춰서 앞으로는 제대로 복무관리를 하자는 것은 좋다. 그러나 기존에 규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출·퇴근 시간을 이유로 민간인 신분의 독립기구 위원장을 해촉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서 “위원장 등 상임위원에 대한 근무시간 등 복무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제도개선을 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를 이유로 임기가 남은 독립심의기구 위원장을 해촉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이유인 ‘업무추진비 부당사용’도 해촉사유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회계검사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의 인원수 제한 기준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예산 집행지침」에서 정한 기준단가(1인당 3만원)를 위반한 것을 숨기기 위해 업무추진비로 선수금(실제 식사비보다 많게 미리 결제해 놓는 것)을 조성하여 집행한 사례 ▲위원장 이하 사무총장 등이 업무추진비 기준단가를 초과한 것을 숨기기 위해 인원수를 부풀려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사례 등이다.
이런 행위를 구체적으로 한 사람은 정연주 위원장의 전 부속실장이었다고 한다. 또한, 내부직원들과 1시30분 이후까지 점심식사를 하여 직원의 근무시간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게 한 사례도 문제를 삼았다.
한편 정연주 위원장과 함께 해촉된 부위원장의 경우에는, 공식행사가 아닌 점심시간에 내부직원 등과 주류를 과다하게 구매한 사례도 문제삼았다.
이런 행태는 당연히 문제이고, 예산환수조치 등을 해도 좋다. 그러나 정연주 위원장은 선수금 조성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도 정연주 위원장에게 ‘엄중 경고조치’를 했다. 해촉까지 거론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연주 기준’으로 검찰 특활비, 업무추진비 검증해야
물론 이 정도면 해촉 사유가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공직자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민간인 신분의 독립심의기구 위원장을 이런 사유로 해촉한다면, 공무원 신분의 공직자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점심시간의 과다한 주류 구매’, ‘1시30분 이후까지 점심식사’를 문제삼는다면, 검찰은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국민 세금을 사용한 사례가 없을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정연주 위원장을 해촉할 자격이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업무추진비 카드전표를 공개하면서 ‘음식점 상호’를 가리고 ‘카드 사용시간’도 가리고 있다.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에 따르면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해야 하지만, 법원 판결문까지도 위반하면서 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검찰은 ‘음식점 상호’와 ‘사용시간’을 왜 가리는 것일까? 정보를 가리는 것은 뭔가를 감추고 싶어서일 것이다. 또한 일선 검찰청의 경우에는 카드 전표에서 식사, 주류 등을 구매한 구매내역도 가리고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정된 법원판결문까지 위반하면서 이렇게 국민의 ‘알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이다. 관련된 검사들과 검찰공무원들을 파면하고 형사처벌까지 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이들이 은폐하고자 하는 음식점 상호, 사용시간, 구매내역을 확인해서 부적절하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검사, 검찰공무원은 해임을 시켜야 ‘법 앞의 평등’ 원칙이 지켜질 것이다.
식사시간 위반, 지침 위반이 검찰에는 없나?
‘점심시간의 음주’나 ‘1시30분 이후까지 점심식사’가 해임사유가 된다면, 검찰조직 내부에서 해임대상자가 얼마나 나올까 궁금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 ‘쪼개기 결제’, ‘근무지외 장소에서의 결제’ 등 예산 집행지침을 어긴 사례가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진작에 검사직에서 해임되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본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윤석열 대통령만이 문제가 아니다. 검찰 조직이 사용한 예산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서 영수증이 아예 없는 부분도 있고, 자료를 불법폐기한 범죄의혹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해임 정도가 아니라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연주 기준’으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해야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기준은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적용된 기준대로 하면 된다. 지침 위반은 해임사유이고, 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형사처벌해야 한다.
문제는 야당이 미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폭주’도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은 존재가치가 없다.
시민단체들과 독립언론이 행정소송을 해서 자료를 공개받고, 어려운 검증작업을 거쳐서 진실을 밝혀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불법의혹들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라는 당연한 요구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야당이 무슨 존재가치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