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2023.08.19 ⓒ뉴시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국 경제 현안은 결국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이익에만 부합하는 각종 규제 법안은 ‘연대와 공조’라는 이름으로 미화됐고, 미중 분쟁의 또다른 이름인 ‘디리스킹’ 강화로 대미 종속성은 심화됐다.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 경제적 성과로 “공급망과 첨단기술 변화 가속화 등 글로벌 경제안보의 새 도전 과제에 3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단선적 양자 협력 관계를 업그레이드한 한미일 3각 협력의 새 출발을 공식화했다는 데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기반으로 경제적 협력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졌다. 이날 정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실제 이익이 무엇인가’라는 한국측 기자의 질문에 “삼국이 힘을 합쳤을 때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고 그것이 곧 우리 삼국과 삼국 국민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국의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 발전, 그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혜택, 안보 등의 실질적 체감 혜택이 올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어떤 부분을 체감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는 동떨어진 설명이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국내 자동차 업체의 피해, 반도체 장비 중국 반입 규제에 따른 한국 반도체 기업의 피해 구제(규제 유예) 등의 구체적 쟁점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삼국 정상회의는 물론 한미 양국 정상회담 의제에도 오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금융·외환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이지만, 이 역시 구체성이 떨어졌다. 금융·외환 시장 안정의 구체적 성과라 볼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미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우 상시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고 있다. 유사시 스와프를 하는데 미 재무 당국, 중앙은행간 인식을 공유하고 금융시장 안정 위한 협력, 유사시 강화된 협력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바꿔 말하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의 구체적 성과는 없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재무장관 회담 정례화 역시 “개최 정도 수준에서 합의 됐고 정례화 부분은 추후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유일하게 구체적 논의틀을 마련한 것이 공급망 연대 구축인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차단할 수 있는 이른바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삼국 정상의 결정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반도체, 핵심 광물 등 핵심 국가 선정하고, 주재국의 정책 동향과 핵심 품목 정보 교환, 교란시 공조 방안 등 정례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AI, 양자, 우주, 슈퍼 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를 ‘핵심 신흥 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로 개념화해 첨단기술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공유·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미국에서 출발한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기동타격대가 있다. 산업부와 법무부가 공조하는 시스템인데 이걸 벤치마킹해서 교묘해지는 첨단기술 탈취 행위 방지를 배워가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 일본의 경제산업성·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첫 회의를 열고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삼국의 공동연구도 추진된다. 왕 경제안보비서관은 “첨단기술 망라한 기관들을 (한미일이)매칭하고 미국이 제안한 400만 달러 기금, 한국과 일본이 이에 준하는 기금 출연하면 삼국간 긴밀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