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결과로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오래된 외교적 꿈은 실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일본을 재무장시켜 자신의 하위파트너로 삼고 한일간 군사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도록 하는 세계질서 재편에 대한 야심찬 기획을 말하는 것이다. 전쟁할 수 없는 나라였던 전범국의 한계와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한국민들의 반발로 이루지 못했던 일을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시도하는 셈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우리의 국익에 반한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년간 국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정부를 상대로 퍼주고, 눈감아주고, 뒤봐주는 이상행동을 취해왔는지 분명해졌다. 강제징용 제3자변제안, 후쿠시마 오염수방류 문제 등 참기 어려운 굴욕적인 행태 뒤에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나토(NATO)같은 군시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었다. 미국의 대외전략이 우리의 외교노선으로 대체된 순간이다.
여러 비판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관점”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나 한미일3자안보협력에는 신냉전체제라는 낡은 발상을 빼면 어떠한 미래지향적인 요소도 스며있지 않다. 부상하는 중국에 대항한 미중간 전략 대결구도에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끌어들여 자신들의 부담을 줄여보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동안 ‘북한의 핵무장에 함께 맞서야한다’는 세 정상들의 말들은 모두 과장된 수사에 불과했고 실질에 있어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포위전략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선언에는 ‘연례 3자 인도-태평양 대화’를 발족시키겠다는 공약과 더불어 이같은 구상을 노골화했다.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탈피해 주권국가들의 다자외교가 약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미국 입장에선 불만이 있겠지만 우리에겐 또다른 기회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노태우 정부 이래 4강외교를 통해 주변국 모두와 우호관계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이번 한미일정상회의는 미국의 단일패권에 스스로를 가두려는 퇴행적인 구상이다. 남과 북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인근 여러나라들과 평화와 공동번영을 꿈 꿔왔던 민주화 이후 우리의 대외전략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세 정상들간에 졸속적인 ‘공약’에 불과하고 군사동맹 체제로 제도화되지는 않은 조건이다. 정상선언이 시도한 ‘유사동맹’이 실제 ‘군사동맹’이 되는 건 동북아의 안정이나 우리의 국익에 하나같이 해로울 뿐이며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