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출근길을 가던 30대 여성이 어느 괴한의 성폭행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사람이 오가는 대낮에 벌어진 일이라 시민들이 받은 충격이 크다. 더구나 또 신림동에서다. 식칼 테러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인근에서 이 같은 일이 이어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는 치안을 강화하겠다며 거리에 경찰 장갑차와 소총 특공대를 투입하는 등 요란을 떨고 순찰력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무색하게 되었다.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묻지마 살상 사건들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인터넷에 끔찍한 협박성 글이 올라오는 것도 다반사다. 이러니 치안의 공백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이미 최고조다. 범죄들은 다중이 모이는 쇼핑시설이나 지하철·철도역은 물론이고 대낮 공원도 가리지 않는 등 경찰의 치안력을 비웃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국민들은 지금 각자도생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누구라도 범행의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는 이미 장갑차 등을 배치하는 퍼포먼스식 대응으로는 치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를 한 바 있다. 대낮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도 보여주기식 대처보다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순찰 활동을 강화했더라면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비통해 했다.
특히 치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수록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지금 신림동 관할인 관악구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의 한 구의원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없앴다며 대놓고 자랑질을 했다고 해 공분을 사고 있다. 앞으로도 페미니즘 예산을 손보겠다며 호언장담까지 했다니 정말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성폭행범은 CCTV 없는 곳을 미리 파악했다는데 그 구의원이 전액 삭감한 예산에는 그 CCTV 설치도 포함돼 있었다. 치안 공백과 여성혐오가 낳은 필연적 비극이다.
보수세력 일부에서는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강해지면서 순찰 인력이 부족해진 점을 들고 나온다. 전 국민적 불안에 책임질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또 전 정권 타령이 나올까 봐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계속되는 치안 공백 사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현 경찰청에 있다. 차라리 윤희근 경찰장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게 옳다. 무능력한 치안 행정 전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