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때아닌 '전쟁론'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L)'가 시작된 이날 국무회의에서 을지연습이 "국가 총력전 수행 연습으로서 국가 비상 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련의 전쟁론을 내놓았다.
우선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에 맞서 국론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첨단산업시설,국가통신망 등이 미사일, 드론, 사이버 공격으로 파괴"될 수 있으며 국가주요시설에 대한 방호 대책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나아가 북한이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기에 "정부 차원의 북핵 대응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런 류의 전쟁시나리오를 내놓고 민·관·군의 "총력전 수행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독려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정이 어두운 사람이 들으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으로 착각할 만하다. "북한의 핵 사용" 같은 전략적 군사 문제를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같이 쉽게 내놓을 수도, 단언할 수도 없는 문제들이 아닌가.
다행히 윤 대통령의 '전쟁론'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경고했음에도 당장 금융시장에서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탈냉전 이전의 군사정권들이 툭하면 내놓던 '북한이 쳐들어온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윤 대통령의 거친 언행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새삼스레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건 이번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나온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한미동맹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일본과 '유사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군사력보다 열세라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거니와 이번에 나온 한미일 안보협력이 겨누고 있는 건 중국과 러시아가 아닌가.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한국의 국익이 일본과 손잡고 중국·러시아와 맞서는 데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의 동맹을 맺고 군사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에 흔쾌히 동의하는 국민은 없다. 난데없이 '늑대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눙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