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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악구의회의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 그냥 넘길 문제 아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관악구의회가 예산안 심의를 통해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예산 7,4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해 이를 주도한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 관악구의원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구의회 게시판에 최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뒤늦게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건 17일 CCTV가 없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의 둘레길에서 대낮에 범죄가 일어나 여성 피해자가 숨졌기 때문이다. 여성안심귀갓길은 여성들이 야간 등에 통행하면서 느끼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2013년부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만든 범죄예방 환경이 갖춰진 길을 말한다. 그런데, 관악구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이를 폐지하면서 이번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고, 최 구의원에게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남성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며 “관악구에서는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진다”고 직접 홍보까지 했다. 또 SNS에 올린 글에서 “여성안심귀갓길은 치안에 불안을 느끼는 남성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되어 주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이 커졌지만, 그는 “악의적 선동 집단이 존재한다”며 “성 특권파시즘 세력과 타협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런 주장은 대선 후보 시절 ‘성인지 예산’이 많다며 젠더 대결을 부추겨 왔던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2월 포항 유세에서 “정부가 성인지 예산을 30조 원 썼다고 알려졌다. 그 가운데 일부만 떼어도 우리가 북한의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예산 체계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이야기다.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이 이번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성범죄의 대부분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여성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남성에 비해 3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여성 안전 예산을 젠더 대결로 몰아 삭감·폐지하는 건 범죄예방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자신이 외쳤던 젠더 대결의 목소리가 어떤 현실을 만들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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