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대통령의 ‘건폭’ 발언과 함께 ‘건설노조’를 범죄조직으로 겨냥해 대대적 수사를 벌였으나 노조 관계자 구속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되는 등 조직적 범죄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건설현장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는 부실시공의 핵심 원인인 사측 검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역대급 특진 포상을 내건 이 수사는 노조혐오와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한 코드 맞춤 수사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발표 당시부터 수사과정까지 경찰의 포커스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맞춰져 있었다. 수사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꺼내들며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면서 건설노조를 겨냥한 수사를 지시했다.
수사결과는 건설노조에 조직적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번 특별단속에서 4829명을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양대노총 구속자는 58명이었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구분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지도 않았다. 경찰은 수사 막판 건설노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그나마 건설현장에서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노숙농성이 집시법 위반이었다는 이유였고 영장은 기각됐다.
조직적 범죄행위자들은 실제 조폭이었다. 경찰은 폭력조직 17개파 25명을 송치해 7명을 구속했고,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단체는 5개 단체로, 40명을 입건해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을 현장에서 적발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과연 대통령이 지목한 ‘건폭’이 과연 이들이었는가.
경찰은 불법행위를 ‘갈취’ ‘업무방해’ ‘강요’ 등으로 뭉뚱그려 집계했지만 이 중에는 건설사와 맺은 단체협약에 따른 노조 활동이나 대법원이 갈취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등도 뒤섞여 있었다. 법원이 ‘합법’이라고 하는데도 경찰은 불법이라 단정하며 수사를 벌인 것이다. 경찰의 무분별한 수사는 건설노조의 합법적 활동에 ‘불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경찰은 무려 1700여명을 소환하는 등 건설노조를 겨냥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고발 양식을 배포하며 고발을 부추긴 정황도 확인됐다. 수사를 빙자해 건설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는 사회적으로는 노동조합 혐오를, 건설현장에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특히나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정당한 노조활동이 업무방해, 공갈로 매도된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해 숨졌다. 이 죽음은 이번 수사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까지도 유가족에 정부 차원의 사과는 없다.
경찰은 “건설현장에 노사법치를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경찰은 “노사 구분 없이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의 불법행위를 단 한 건도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의 법치는 ‘노조 파괴’를 위한 편파수사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노조 때려잡기’ 하명수사인가.
특진 포상까지 내건 250일간의 ‘건폭몰이 노조 탄압’이 이뤄지는 동안 건설현장은 망가졌다. 그나마 건설사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던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힘이 약해졌다. 철근이 누락되는 사태가 터져나오고 비가 오는데도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지고 있다. 정권이 원하는 ‘법치’는 세워졌는지 몰라도 현장의 안전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