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장장 30년에 걸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오늘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민 85.4%의 반대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방류 계획에 과학·기술적 문제가 없다”며 국민들의 의문을 괴담 취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는 못 먹을 것 같다’는 반 농담, 반 자조의 목소리, 소금 사재기, 아이 어머님들의 먹거리 걱정 모두 불안과 두려움을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을 듣고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은 털끝 하나 안 보이면서, 일본 정부와 일본의 지원금을 받는 IAEA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오염수 방류에 안심하라는 내용의 광고에 10억 원이나 들인 상황입니다.
IAEA 최종보고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투기만을 확인한 보고서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가 정당하려면, 다른 모든 방법 중에서 해양 투기라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해결방안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양 투기는 주변국들과 논의해 최선의 방법으로 고안한 것도 아니고, 안전 지침도 모두 무시한 것입니다. 미국해양연구소협회(NAML)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ALPS(다핵종제거설비)가 오염수에 존재하는 60개가 넘는 방사성 핵종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현존 세대와 미래 세대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고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대학생이 일본으로 간 이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주도 대정이라는 어촌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오염수는 방류 후 1년도 되지 않아 제주 해역으로 유입된다고 합니다.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제가 살고 있는 대정 지역은 순식간에 어민의 생계곤란, 지역 경제 악화, 문화 소멸 등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 일본 방문단에 함께한 대학생의 도쿄전력 앞 발언
이에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대학생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8월 9일, 일본 도쿄와 후쿠시마를 방문해 오염수 방류에 대한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일본에 간 25명의 학생들은 도쿄전력부터, 경제산업성, 총리관저까지 행진하며, 오염수 투기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일본 시민들에게 알렸습니다. 사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후쿠시마 원전 일대도 직접 찾아갔습니다. 수대에 걸쳐 후쿠시마에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12년 전 원전이 폭발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미비한 대처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과거가 큰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우리의 전승관’이라는 기록관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으로 동일본 대지진 사건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연대의 가능성
오염수 투기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마주한 것은 혐오가 아니라 오염수 투기를 막기 위해 행동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었습니다. 도쿄 시내를 행진하는 동안 한 일본 시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했는데 행동해줘서 감사하다’며 손편지와 함께 간식을 건네주고 갔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오염수 투기를 막고자 하는 학생들의 진심을 느꼈다며, 감동의 목소리를 전해주었습니다. 도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일본 신주쿠 시내에서 학생들이 진행한 스티커 설문 조사에서는 일본 시민 202명 중 89명, 44%의 참가자들이 반대의 입장을 이야기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도 오염수 투기 반대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다를 오염한다면 어민은 갈 곳이 없습니다”, “바당이 우리 밭이고 재산아니우꽈. 밭이 오염되고 재산을 잃는다는데 가만히 이시민 되쿠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의 최전선에 있는 어민과 해녀의 목소리입니다. 괴담이냐 아니냐 논쟁하는 사이, 생계를 잃냐 마냐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겪고 있는 피해도 괴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방사능 침착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염수 해양 투기는 후쿠시마 원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염수 투기가 한 번 허용되면, 나쁜 선례가 되어 다음은 더욱 쉬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탄소를 내뿜다가 걷잡을 수 없어진 기후 위기 앞에 놓인 우리의 모습을 기억합시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기 전에, 지금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부터 막아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