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치안 공백을 의경 되살려 대충 때우려는 정부

최근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의무경찰 제도의 재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 치안 강화가 중요하다”고 당부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경찰 조직을 치안 업무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이다. 치안 강화에 경찰 인원 확충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20대 청년들을 군대 대신 경찰로 보내 치안 업무를 보조하게 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의경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서 복무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제도로 1982년 도입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의경 폐지가 논의됐고 박근혜 정부 때 전투경찰이 먼저 사라지면서 의경 폐지가 가시화됐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의경 폐지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2018년부터 해마다 20%씩 모집인원을 감축했다. 그 결과 올해 4월 의경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4개월 만에 기존 정책을 뒤엎겠다는 셈이다.

이는 의경 폐지의 결정적인 계기가 병역자원 감소였다는 사실을 간과한 주장이다. 정부는 8천 명 정도의 의경을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그러려면 군에 입대한 인원을 그만큼 끌어와야 한다는 소리다. 이미 일선 부대에는 병력이 부족해 편제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대체 어디서 8천 명을 빼오겠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쟁론을 설파하는 마당에 총리는 병력을 줄이고 의경을 다시 만들겠다니 정부 안에서도 모순이다.

병역자원을 끌어와 의경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20대 청년들이 치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의경도 경찰을 보조했을 뿐이지 흉악범죄와 같은 강력 사건에 직접 대응하진 않았다. 대부분 집회·시위를 막거나 교통 업무 등에 투입되곤 했다. 1년 6개월간 의무복무를 하러 온 병사들을 전문 역량이 필요한 영역에 투입했을 때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만 봐도 예견되는 일이 아닌가.

경찰 인력이 부족해서 각종 범죄에 신속 대응하기 어렵다면 의경이 아니라 전문 역량을 갖춘 경찰 인원을 늘리면 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 채용을 늘리면서 경찰 역시 2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재정을 투입한다면 여기서 더 늘리지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민생치안 강화를 얘기하면서도 경찰 인력을 늘리지 않으려는 것은 행정의 구멍을 헐값으로 대충 때우려는 꼼수일 뿐이다.

경찰 인력이 정말 부족한 것인지도 제대로 평가를 해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찰은 집회·시위를 통제하거나 건설노조 등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수사에 인력을 집중 투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닌가. 얼마 전엔 서울 도심에 경찰 장갑차를 세워두고 권총과 소총까지 둘러멘 특공대원들을 배치하더니 이제는 사라진 의경까지 되살리려고 한다. 더이상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 아니라 경찰 인력 확충과 운용 효율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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